Love Story. 또 하나의 세상(2001. 5 손봄) another wonderful world being constructed!(Feb 2001) - a little progress 빛바랜 일기장 1999/12월 일기보기 2000/1월 일기보기 2000/2월 일기보기 2000/3월 일기보기 2000/4월 일기보기 2000/5월 일기보기 2000/6,7월과 이듬해 2월 일기보기 2001/3월 일기보기 2001/4월 일기보기 다시 오늘로 엇그제 일기장 2001/5/3, 5/7, 5/8, 5/9, 5/16, 5/20, 5/22, 5/25, 5/29, 5/30, 5/31, 2001/5/31(목) 비,흐림, +8 ~ +11, 환율:1$=29.14루블 크레믈린에서 남서쪽으로 나있는 볼혼까 거리를 지나면 교차로를 거쳐 아스또줸까 거리로 들어서게 됩니다. 일기예보는 일요일까지는 이런 날씨가 좋아질 가망이 없을거라고 체념적인 톤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시베리아 동쪽 야쿠츠 지역의 사상 최악의 홍수가 연일 뉴스 첫머리를 장식하는 가운데 어제 내린 폭우로 모스크바강의 수위도 1m정도나 높아졌다고 덧붙입니다. 제 재기는 이미 완성단계에 들어서 이번 주말 대망의 처녀동력비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우중에라도 강행해야겠지요. 점심외출길에 참 드문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름모를 들새가(박새나 할미새 정도의 자그마한 새) 인도 옆에 서있는 나무속 구멍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았는데 그 둥지 높이가 겨우 사람 무릎정도 오는 곳에 있었습니다. 어떻게 찾아냈냐구요? 길을 가는데 갸냘픈 새소리가 이상한 곳에서 들리는 겁니다. 새라면 분명 나무 위일텐데 소리가 나오는 곳이 이상하게도 그곳이 아닌것 같아 걸음을 멈추고 잘 들어보니 발치에서 갸~갸~ 삐~비~ 들려오는겁니다. 그래 소리 나는곳 을 찾아보니 길가 나무둥치의 구멍! 가만히 속을 들여다 보니 뽀송송한 회색 깃털에 입 노란 새끼새들이 세마린가 네마린가가 마름모꼴 입을 벌리고 먹이를 재촉하고 있는겁니다. 아마 어미새가 먹이를 물고 근처 수풀까지 날아와 새끼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새끼들이 일제히 화답하고 있는 순간을 제가 포착했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사람 많이 다니는 낮은 곳에 둥지를 틀고 새끼까지 낳다니 참, 어이가 없군요. 조심성도 없고 덜 떨어지고 게으른 부모새임이 분명합니다. 얼마전 한번은 휴일날 가족들과 외출하다 사람 손 닿을락 말락 하는 높이의 어린 나무 가지위에 엉성하게 튼 까치, 아니면 까마귀 집을 보고 저 까마귀 어찌 저리 게으르고 멍청하누... 하면서 혀를 찬 적도 있었는데. 하긴 러시아 사람들의 짐승 사랑하는 마음은 한없으니까 이래도 별 탈 없이 키워서 훨훨 날려 보낼 수도 있겠지요. 자연도 사람들 생활도 여유가 있기 때문인지 이곳의 짐승들은 한국보다 훨씬 사람과 가까운것 같다는 느낌을 처음 왔을 때 받았었습니다. 버스정류장 앞에서 러샤사람들이 다람쥐마냥 까먹고 버리는 해바라기씨앗을 아무 꺼리낌 없이 날아와 쪼아먹는 참새떼들을 보고요. 비둘기들이야 어디나 다 그렇게 사귐성이 좋겠지만 좀 음흉해 보이는 갈가마귀들조차 도시의 한 가운데서 사람들과 공간을 같이 합니다. 이런 전반적인 대세에 물들은듯 우리집도 꽤나 야생의 짐승들과 우호적으로 지냅니다. 지지난 해 봄인가 우리집 발코니에 웬 철없는 어린 비둘기 부부가 둥지를 틀었을때도 알품는것 방해할세라, 알깬 뒤에는 새끼들 놀랠세라 두달여 동안이나 발콘 문 안 열고 창밖으로 지켜보기만 했었지요. 그러다 새끼들 깃털 자라 푸루룩 날아 간 후에 발콘에 쌓인 똥이며를 치우느라 다음에 다시 둥지 틀기만 해봐라 주먹질을 하면서도 아이들도, 어른들도 흐뭇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한동안 아침때면 창틀에 날아오던 비둘기 가족 4마리를 우리집에서 커 나간 비둘기라고 아이들이 주장하던데 그말이 맞겠지요. 아이들 눈은 예리하니까. 어찌 그 갈색에 흰색 박힌 비둘기들이 요즘은 안오더군요. 이번 주말, 가족들 데리고 비행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보여주게 그때까지 그 둥지속의 새끼들이 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있다가 집에 가서 이 이야기 해주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겠지요. 이 나무입니다. 인도 옆에 서있는 나무의 높이 50cm 되는 그곳에 어찌 알을 낳을 궁리를 했을까? 허 그 새들 참.... 맨 위로 2001/5/30(수) 비, +8 ~ +12, 환율:1$=29.09루블 모스크바에도 없던 장마가 생기려나.... 근 2주 꼬박 비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왔지만 그래도 가끔은 햇살 코빼기라도 보여주더니 오늘부턴 아예 대놓고 하루종일 굵은 빗방울을 뿌립니다. 맑고 따듯했던 날이 언제였던가 이젠 기억조차 가물가물하군요. 새 비행기도 다 만들어 가는데 이젠 그만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꾸무럭한 날씨.... 맨 위로 2001/5/29(화) 비,맑음,흐림.... +9 ~ +15, 환율:1$=29.07루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쌀쌀하고 하루 한두번씩은 꼭 비를 뿌리는 썰렁한 초여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래서 이곳은 춘추복이라는 개념이 없다니까요. 한여름에도 언제나 두툼한 외투를(모피코트만 아니면 됨)둘러입을 수 있도록 장롱 한켠에 놓아두어야 합니다. 오늘 한국으로부터 비행기 관련 물품을 공수받아 기분이 좋긴 한데 내가 늙어가고 있나봐(좀 건방졌다면 용서하세요)하는 서글픈 자각을 두번이나 하게 되어 좀 찜찜합니다. 그 첫번째 깨달음. 지난번에도 썼듯이 출근길이 점점 막혀 나름대로 우회로를 찾는다고 찾아 10여분 정도 출근시간을 단축하고 만족하던 중인데 한 초보운전 아줌마로부터 획기적인 우회로 가르침을 받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새로 생긴 길이고 새 표지판까지 붙어있어 그것만 보아도 새 단축코스가 그려질법도 했는데 늘상 다니던 길만 당나귀처럼 꾸벅꾸벅 다니다 보니 새것에 대한 호기심조차 일지 않았던 겁니다. 평소 한시간 꼭 걸리던 출근길이 35분정도로 단축되었습니다. 이 새길이 이렇게 횅 한걸 보면 다른 많은 이들도 당나귀처럼 가던길만 계속 가고 있는 걸까요? 그 두번째 깨달음. 비행기와 관련된 것입니다. 어렸을적 비행기 할땐 이것저것 시도도 많이 해보고 뭔가 잘 안되면 돌아서 가는 방법도 금방 찾고 그랬는데 어제까지 비행기 밧데리 교체하는 방법에 대해 꼭 스팟용접 아니면 안될거라는 굳건한(?)믿음을 가지고 모스크바에 있지도 않는 전문 스팟용접점을 어케 찾을까 고민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밧데리 케이스 사서 밧데리 끼워쓰면 되지란 생각이 오늘에야 드는 걸까요? ....... 그래도 형광등처럼 늦게나마 이런 깨달음이 들긴 드는것을 보면 완전히 삭은 것은 아니쥐 하며 우선 위안을 삼습니다. 점점 나이들어도 좀 파릇파릇하게 살아야 하는데..... 사진은 새 출근길 "발샤야 삐라곱스까야 울리챠". 지난번 치료 이후의 경과가 안좋아 결국 말썽많고 고통 많았던 이빨 하나를 뽑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혀끝에 스치면 늘 뭉근하게 느껴지던 덩어리 하나가 빠져나간 자리가 시원허전합니다. 다시 뭔가로 채워넣을때까지 어디가서 입도 크게 못벌리게 되었군요. 치과, 어려서나 커서나 공포의 장소. 치료실 안에서 적나라한 비명이라도 들려온다면 대기실에 앉아있는 사람들 가슴은 콩닥 콩닥 뛰고..... 사실은 치료때는 마취때문에 별로 아픈줄 모르지요. 정작 그날 밤부터 며칠동안 떼굴떼굴 구르며 고생했는데.... 지난번 아픈김에 죽기 아니면 살기로 아무 생각없이 찾아갈땐 몰랐는데 오늘, 아프지도 않은데 다시 치과로 향하는 발길 참 무겁데요. 간사한 인간의 마음. 시내 사도보예 깔쵸와 아르바트거리가 교차하는 지하도 입구. 맨 위로 2001/5/25(금) 비,흐림, 맑음. +7 ~ +14, 환율:1$=29.07루블 또 한주가 마무리되는 금요일입니다. 기존의 출근길 루트가 날이 갈수록 막혀 새로운 길을 개척중입니다. 한 15분 단축되는군요. 바빌로바 3거리. 비오는 날 아침 부지런한 길모퉁이 꽃집은 벌써부터 문을 열었군요.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여미고 구 아르바트 거리를 걸었습니다. 관광객들이 뿌리는 낯선 이국향으로 들떠있어야 할 이 거리가 날씨 탓인지 스산하게 착 가라앉은 느낌입니다.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뭔가를 혼자 그리고 있는 거리의 화가들. 맨 위로 2001/5/22(화) 흐림, 맑음, 비. +5 ~ +12, 환율:1$=29.08루블 근 1주일째 날씨가 변덕을 부립니다. 맑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천둥번개 소나기가 하루 한차례씩 흩 뿌린 다음 거짓말처럼 다시 개이고. 기온도 뚝하니 떨어져 한낮에도 뜨거운 차 히터바람을 좀 쐬야 가을 잠자리마냥 기력이 생깁니다. 사도보예 깔초 남서쪽 주봅스끼 불바르를 지나며 다시 소나기를 만났습니다. 날은 또다시 쨍하니 개이고. 스몰렌스까야 나베레즈나야. 사진 중앙의 흰 건물은 정부청사 벨릐돔(white house)입니다. 이제 일이 끝났습니다. 오늘도 날이 쌀쌀하니 몸이 으실으실 합니다. 일찍 들어가 따뜻한 방에서 재기 제작이나 할 계획입니다. 맨 위로 2001/5/20(일) 흐림, 비. +10 ~ +18, 환율:1$=29.09루블 토요일. 그간의 치통으로 온갖 세상일이 시들해 졌었는지 글라이더 날리는 일도 예전처럼 마음이 땅기질 않았습니다. 그 전번 오지게 띄운 기억이 오래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처럼 바람이 불어준다면 모를까 왠만한 바람이면 몇번 던지고 주워오고를 반복하다가 헛탕치고 돌아올게 뻔한 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치통도 이젠 무지근한 잔통만 남아있어 세상일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라디오에서 5~10m/s의 바람에 간혹 17~18m/s까지 센 바람이 불때도 있다고 쏘삭거리는 바람에 오랜만에 가족들 대동하고 언덕에 나가 보았습니다. 바람은 불었다 죽었다를 반복하고 방향도 사면에 비껴 불어와 몇번 던지고는 비행을 접었습니다. 이미 수중에 전동재기를 넣었기때문에 앞으로 2주일 정도 후면 바람에 상관없이 저 하늘로 재기를 올릴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서운한 맘은 들지 않았습니다. 관제탑님이 흐드러지게 핀 민들레 뭉터기로 꺾어 아이들이랑 자기 꽃왕관 만들어 쓰는 모습 지켜보며 오랫만에 사방 초록빛으로 둘러싸여 눈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관제탑님의 꽃왕관을 빌려쓰고 잠시 왕이 되어보았습니다. 그날 저녁 이후 관제탑님은 꽃가루 알레르기에 걸려 무진장 고생하는 중입니다. 눈이 붓고 목이 붓고 연방 재채기를 해 대고 콧물을 흘리고.... 아이고 아이고 끙끙 앓으며 아마 민들레들이 복수하는 모양이야.... 다시는 관제탑님에게 언덕에 가자고 말도 못꺼낼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요일, 오늘은 아침 먹고 혼자 다시 언덕을 찾았습니다. 혹시 바람의 방향이 언덕 정면으로 바뀌었을까 하고요. 결과는 오늘도 실패. 방향은 좋아졌으나 바람이 약해서. 대부도의 솔솔 부는 바람에도 단아하게 날은다는 장기성님의 재기3C 모습이 떠 올랐습니다. 그 재기라면 오늘 바람에 미끈하게 날 수 있을텐데. 그래서 제 재기의 뇌에 박혀있는 50g 상당의 납 제거 수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수신기 밧데리랑 수신기를 최대한 전진 배치해 무게추를 없애고 수신기 케이스조차 벗겨내고 엘레본 테이프 커버 벗겨내고 페인팅으로 대신하고 윙릿 얇은 것으로 교체하면 한 100g까지 감량 가능하지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저 아래 또다른 세상에 전동재기400X 제작기랑 빨래판 재기LE 감량기를 올리려 합니다. 사진은 언덕에서 비바람에게 바람맞고 꽁꽁 언 몸으로 시내로 들어오는 길목 꾸투좁스끼 대로 개선문 근처입니다. 정부요인들의 출퇴근 길이라 넓직넓직하고 신호등도 별로 없어 주말에는 120km/h이상 신나게 달릴 수 있는 곳입니다. 개선문을 휭하니 지나 더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한컷 더. 길 왼쪽편 뒷쪽의 살색 뾰족탑 건물은 우크라이나 호텔입니다. 휴일 사무실에 들러 꽁꽁 언 몸 달콤한 커피 한잔으로 녹이며 컴을 켜니 한 교감선생님께서 이멜을 보내주셨더군요. 제 홈에 들리셨다가 과분한 말씀을 남겨주셨는데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려서부터 선생님은 항상 무섭고(?) 어려우신 분이라는 생각이 학부모가 된 지금도 남아있는데 선생님도 야단을 맞으신다니 좀....^^. 아뭏든 스승의 날이 지난지도 얼마 안되는 오월 초하순에 선생님이 보내신 편지를 받으니 제가 갑자기 다시 어려진듯 합니다. 맨 위로 2001/5/16(수) 맑음, 소나기. +10 ~ +19, 환율:1$=29.02루블 그간 치통(齒痛)과 격무때문에 간신히 사진만 올려 놓고 오랫동안 손을 대지 못했었습니다. 이제 통증도 물러가고 일도 한 숨 돌리게 되어 기쁜 맘으로 페이지를 엽니다. 오늘분 사진은 나중에 현상 후 올리겠습니다. 우선 아래쪽 손을 좀 봐야겠기에.. 뾰뜨르 대제 동상과 모스크바 강 건너 오른쪽으로 구세주 성당 야경입니다. 다음날 낮 같은곳. 맨 위로 2001/5/9(수) 맑음. +6 ~ +15, 환율:1$=28.96루블 2001년 5월 9일, 러시아의 대 명절이자 축제일인 승전56주년 기념일입니다. 그날의 모습을 꼭 1주일 후에 씁니다. 파시스트 군대를 물리친 날을 축하하며 쉬는 날이지만 업무때문에 시내에 나가게 됬습니다. 시내 한가운데, 크레믈린과 가까운 발쇼이 극장 앞 광장이 온통 승전 축하 인파로 덮여 있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기온은 좀 낮았지만 햇볓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오후 발쇼이극장 앞에선 이곳 저곳에서 음악소리와 옛 군가 합창 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발쇼이 극장앞을 지나 구 케이.지.비 건물이 서 있는 루뱐까 광장으로 이어지는 쩨아뜨랄리늬 쁘로예즈드 대로. 평소같으면 차들의 물결로 꽉 차 있을 대로가 오늘은 보행자 전용거리로 변했습니다. 오른쪽 앞 그림자 진 건물은 메트로폴 호텔, 왼쪽 맨 뒤편으로 튀어나와 있는 건물이 구 케이.지.비 건물입니다. 그 앞이 어린이 백화점 젯스끼 미르.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간혹 합창도 하고 박수도 치는 가운데 원 안에서는 가슴에 훈장을 단 노병이 젊은 아가씨와 춤을 추고 저쪽에선 군악대가 군가를 연주하며 축제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습니다. 뒤 왼편 건물은 메트로폴 특급호텔입니다. 모스크바 최고급 호텔로 마이클잭슨이 방문했을때도 이곳에 묵었었다죠. 매년 오늘 시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베테랑, 노병들. 훈장을 하나 단 저 할머니 노병은 대독전쟁때 어디서 무슨 임무를 수행했을까요? 독일군을 물리친 지 56년. 이제 쓸쓸히 노년을 보내고 있을 이들은 젊은 날, 치열했던 전투의 상흔을 훈장으로 가리고 오늘 하루만은 한껏 가슴을 펴고 거리로 나섭니다. 그리고 또 젊은 사람들은 조국을 수호한 그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시합니다. 발쇼이 극장 회랑 원기둥 앞에서 아코디언을 켜며 군가를 부르는 노병. 다 함께 부르도록 뒤에서 가사를 넘겨주는 아줌마. 전장에서 세운 무용담으로 젊었을 적 꽤나 입심을 돋구었을 것 같은 멋장이 할아버지가 역시 멋진 폼으로 오늘도 무용담을 펼치고 있습니다. ~내가 말이야, 홀홀 단신으로 독일놈 수십명을....자신의 이야기가 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인듯 각종 군댓적 사진과 포스터등 증명자료도 풍부하게 펼쳐놓았군요. 광장 맞은편에 서 있는 칼 마르크스 석상. 광장의 소란을 무연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전면에는 이젠 조금 진부한 문구, Proletarii Bsech Stran, Soyedinyaitesi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라는 문구가 희미하게 빛이 바래가고 있습니다. 맨 위로 2001/5/8(화) 맑음. +6 ~ +15, 환율:1$=28.96루블 "재 재기는 아니고 www.eppmodel.com에서 퍼온 놈입니다." 날은 청명한데 기온이 낮아 쌀쌀합니다. 그리고 어제부터 바람이 환상적이고요. 7~12m/s랍니다. 어제 낮부터 일렁이기 시작하는 창밖 나뭇가지를 보고 일터 비밀창고의 재기 충전 물려 놓고 저녁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일 끝나자 마자 날듯이 언덕으로 달려 갔지요. 일곱시가 조금 넘어 도착. 썸머타임 덕에 아직도 해는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언덕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도 바람은 쉬지 않고 나뭇가지들을 흔들어 대더군요. 게다가 두개의 언덕중 가장 좋은 지형이다 싶은 사면으로 바로 불어오는 남동풍. 만약을 위해 낚싯대와 테이프도 같이 준비하고 언덕에 도착하자마자 숨 한번 고르고 10초만에 커넥터 연결하고 스위치 켜고 타면 가동 확인하고 첫 발진. 뒤만 잡고 던지다 보니 뒷전이 약해지는 것 같아 기수 부분 잡고 하는 정통발진법을 연습하길 어언 한달. 재기는 출렁임 없이 곧바로 전진하며 상승했습니다. 소위 빨래판도 날아다닐것 같은 바람. 재기 시작한지 6개월 만에 처음 맞는 바람다운 바람. 바람을 정대해 서면 주위의 아뭇소리도 안들리고 오직 바람소리만 귀를 때리는 그런 바람. 넥타이 펄럭거리며 양복자락 펄럭거리며 언덕 꼭대기에 서서 모처럼 맘껏 날아다니는 680g의 빨래판 재기를 이리 저리 몰았습니다. 바람은 사면 정면에서 끊임없이 불어와 처음에는 눈앞에서만 왔다갔다하던 재기를 점점 멀리까지 한 100여미터 떨어진 전방까지 대담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바람이 센 동안 최대한 고도를 확보해 두려고 애썼지만 간혹 바람이 잠깐 약해지면 빨래판 재기는 곧 그동안 따 놓은 고도를 잃고 결국은 저 아래 언덕받이에 여러차례 주저앉았습니다. 한번은 약해진 바람에 지면 가까이까지 떨어진 재기를 어떻게든 살려 볼려고 오락가락 애쓰다 결국은 개 데리고 산책 나온 어떤 청년의 어깨를 냅다 박았습니다. 사이드 와인더 미슬처럼 꼬불꼬불 그 먼거리에서 어찌 그리 정확히 맞추는지. 정작 청년은 괜찮다 그러는데 그 험악한 로트와일러가 길길이 날뛰며 주인을 친 재기를 물어 뜯으려 덤비는 바람에 시껍했습니다. 하마터면 걸레 된 재기 주워들고 눈물 흘릴뻔 했습니다. 그렇게 언덕 아래까지 오르내리기를 수차례. 그사이에도 바람은 계속 불고 해는 점점 떨어지고... 아무래도 경제적인 비행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아래는 바람이 끊기더라도 꼭대기는 최소한의 바람은 부니까 다시 처음처럼 눈앞을 맴도는 긴축비행을 하자. 역시 예상대로 재기를 언덕부근 가까이에서만 끄니까 얼마든지 체공 가능하더군요. 바람이 세게불어 재기 에너지가 축적되자 말로만 듣던 글라이더 롤을 시도해 봤는데 허걱, 정말 되더군요. 처음엔 승강타 다운 안 받히고 해서 휙 고도를 까먹었지만 나중엔 승강타 다운까지 바쳐주는 여유도 부렸습니다. 루프도 한번 해보려고 기수를 세웠더니 수직으로 선 상태에서 바람에 휙 밀려 머리뒤로 나가 떨어져 루프는 실패. 그리고 호버링. 2루블짜리 동전을 추가로 달았는데도 맞바람에 정대하면 전진을 못하고 호버링을 하더군요. 눈 바로 앞에서 싸각 싸각 써보 움직이는 소리를 내면서 흔들 흔들 멈춰서 있다가 좌나 우로 샤-악 미끄러지기. 그리고 바람을 측면으로 받으며 턴 할때마다 날개가 단단한 무언가를 찍어 누르며 올라가듯 고도를 높이는 신기함.....등등등 얼마를 비행했는지 이미 해는 아파트를 넘어가 주위는 어두워지고 바람은 더욱 거세 지는데 송신기에서 9.2V 저전압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재기니까 정말 송신이 끊길때까지 몇분은 더 공중에 머물 수도 있겠지만 이제 산책하던 낮의 사람들은 사라지고 슬슬 어둠의 자식들이 나타날 시간. 잘못하면 불량배들에게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조급한 마음으로 재기를 언덕 위에 안착시키려고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번번히 오버슈팅해서 결국엔 언덕 아래 패대기(-,.-;;) 쳐서야 비행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길에 아직도 슬롭풍에 취해 대부도도 안부럽다, 꽃게찜도 안부럽다, 중얼 중얼.... 그런데 한가지, 아직 아무도 모르시는듯한 한가지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슬롭재기가 중독성이 강한 또 한가지 이유! 그건 의학적, 보건학적으로 인체가 슬롭풍에 끌리기 때문일 겁니다. 생각해 보십시요. 평소 깊은 호흡 안하고 각박한 호흡만 하느라 찌들어 있던 폐가 바람부는 언덕에 서서 입 하 벌리고(빨래판이 뜨니까 좋아서)반 강제적으로 빠른 공기를 받아들이며(제트기의 공기 흡입구처럼)두어시간 동안 호흡하면 그 상쾌함이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이겠지요. 한번 그, 입 하- 벌리고 바람 맞는 맛을 들이면 중독되는건 당연한 것 아닐까요? 그리고 그 효험도 분명 있었습니다. 어젯밤 두시까지 TV보면서 늦장을 부렸는데도 오늘아침 일어나는 기분이 개운하더군요. 모처럼 신선한 산소를 반 강제로 마셨기 때문일 겁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그러실 거라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첫 처녀비행의 감격에 겨워 글이 아주 늘어져 버렸습니다. 그럼 모든분들 즐거운 비행 하시기 바랍니다. P.S. 이 글은 제비우스 비행클럽의 게시판에 올리기 위해 쓴 글입니다. 맨 위로 2001/5/7(월) 맑음. +10 ~ +20, 환율:1$=28.96루블 늦저녁 공항가는 길목입니다. 민들레 꽃인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들판 저 뒤쪽으로 활주로 유도등이 오렌지빛으로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IL-96쯤으로 보이는 여객기 한대가 육중하면서도 가뿐하게 활주로를 향해 내려가는 중입니다. 이 장소는 비행기 관찰하기 정말 좋은 곳입니다. 기내 불켜진 유리창으로 승객들 얼굴까지 보일정도로 낮게 떠 갑니다. 아마 조종석에선 열심히 고도 카운트 하느라 긴장된 순간이겠지요. 복행하느냐 착륙하느냐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기도 하겠고요. 요즘은 해가 길어 퇴근하면 발콘에 나가 앉아 쌍안경으로 지나가는 비행기 관찰하며 맥주한잔 마시는 시간을 종종 갖는데 거긴 한적한 공항이라 별 재미가 없지요. 이곳은 국제공항이고 그때가 피크때라 그런지 거의 줄서서 내려오는 비행기들이 장관이었습니다. 어떤 조종사는 랜딩라이트를 거의 다와서 켜는 늑장을 부리고 어떤 비행기는 저 멀리서부터 온갖 불을 다 밝히고 들어오고. 이런곳에 조그마한 다차가 하나 있다면 초저녁 베란다에서 맥주한잔 하며 이 멋진 모습들 원없이 바라볼 수 있을텐데.....쩝쩝. 러시아의 5월은 정말 몸살 나도록 놀아야 하는 달인가봅니다. 일요일, 간밤에 잠을 설쳐서만은 아닌듯 어깨도 뻐근한데다 온몸이 두드려 맞은것처럼 아파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고 싶었는데 어딘가에 송사리 노는 개울 발견해 두었다며 꼭 몇마리 잡아다 어항에 키워야 한다는 딸내미들 극성에 항복하고 휘적 휘적 딸내미들 뒤를 따라 숲길로 들어섰습니다. 스탈린 시대쯤일까, 인공 호숫가에 인공으로 조림해 놓은 듯한 참나무가 어느새 아름드리 나무로 커서 멋진 산책로를 이루고 있습니다. 간단히 손으로 송사리를 잡을 만한 개울이라 만만히 생각하고 뜰채조차 안가지고 나왔더니 이곳이 송사리가 살고 있는 곳이랍니다. 얌마, 당연히 호수에 송사리가 살지. 저 넓은 곳에 사는 놈들을 맨손으로 어캐 잡냐, 하면서도 대충 나뭇가지 꺾어 손수건 엮어 매 뜰채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어렸을땐 체바퀴(이렇게 쓰는것 맞는지)로 붕어잡는다고 가지고 나갔다가 물에 퉁퉁 불려 못쓰게 만들고 혼도 많이 났는데... 지금 우리 딸내미들이 벌써 그때가 되었군요. 나중에 국수 헹구는 큰 구박 갖고 오면 제법 잡겠다고 딸내미랑 속삭거리다 관제탑님에게 들켜 같이 쫑코 먹고 머쓱. 결국 약빠른 송사리는 못잡고 망둥이처럼 생긴 도망 안가는 이상한 물고기 두어마리에 도롱뇽 한마리를 잡긴 잡았습니다. 어렸을때 간혹 본 기억이 있긴 하지만 도롱뇽을 직접 잡아 어항에 넣어 보긴 처음이었습니다. 참 이그죠틱하게 생긴 짐승이더군요. 얼굴을 개구리를 닮았고 몸통, 발, 꼬리는 코모도 도마뱀을 닮은 양서류. 길이는 10cm정도. 등은 흙갈색에 배는 약간 붉은 색에 점박이 무늬가 있는 놈. 그림에서는 영원이라 해서 이상하게 생긴 아가미가 달려 있던데 이놈은 아가미는 없는 것 같고. 암튼 그놈을 잡아다 어항에 넣었습니다. 20년 물고기 기르면서 어항에 넣으면 죽을때까지 물속에서만 사는 놈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이 도롱뇽이란 놈 잠시 후 어항벽을 기어 오르더니 난간에 올라앉아 밖을 내다보며 뭔가 굉장히 고독한 사색을 즐기는듯 보이더군요. 피부껍질이 말라 뿌스스하게 보일 정도로 오래 앉아 있다가 어항 바깥으로 슬슬 기어내려 오더니 바닥으로 툭 떨어지길래 다시 주워넣고 잠자러 갔는데 다음날 결국 없어졌습니다. 어느 구석에서 말라버렸는지. 아침에 잠깬 딸 아이는 이구석 저구석 찾아다니며 안타까와 했는데. 어제 개구리처럼 목울대를 볼록거리며 낯선 방을 둘러보던 모습이 안쓰러워 오늘 다시 갖다 풀어주려 했는데 그새를 못참고. 어쨋든 본의 아니게 살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날. 아빠 생일날.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한국처럼 어린이날 선물을 안하면 패륜(?)이 되는 분위기도 아니라 그냥 집옆 숲에서 샤실릭을 해 먹으며(또!) 조용히 보내기로 했습니다. 경험이 늘어나면 기술도 늘어나는 법. 한사람당 한꼬챙이 이상은 무리니까 네꼬챙이만. 고기는 너무 얇지도 두껍지도 않게 썰고 맨살보다는 적당히 비계(맞나?)가 붙어 있는게 좋지. 불은 어느정도 화력이 줄어든때가 고기를 올리기 좋은 때지. 좀 오래 익더라도 타지 않으니까. 쏘시지도 두꼬챙이면 되고 상치는 몽우리 앉은 양상치가 좋더군. 준비물은 되도록 간단하게. 그리고 이번에는 웨스턴 영화에서 봤던대로 잉어구이도 한번 곁들여 볼까. 큰 입쪽에서 꼬리쪽으로 단번에 꼬챙이를 꿰고 소금과 양념을 양쪽에 뿌려 그대로 불에 얹는다. 그랬더니..... 단번에 숯덩이가 되어버렸다. 내장을 안뺐더니 쓸개가 터졌는지 고기는 쓴물 가득하고. 결국 한점도 먹지 못하고 까마귀들 좋은 일만 시켰습니다. 물고기 샤실릭은 더 약한 불에, 거의 꺼져가는 불에 얹어야 하고 내장은 반드시 먼저 제거할 것. 결국 웨스턴 영화의 활활타는 장작불에 물고기를 터푸하게 구우며 폼잡는 장면은 다 뻥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기굽는 연기가 숲 이곳저곳에서 피어올라 안개처럼 깔리는 평화로운 저녁한때. 데에스베(DSB)라고 불리는 모스크바대 교외(敎外)기숙사 앞벽에 누군가 멋진 솜씨로 체게바라의 초상화를 그려 놨군요. 이거 원, 노는 달 노는 이야기만 몰아서 쓰니까 모스크바는 완전히 놀자도시 아니냐 생각하실까봐 좀 그렇군요. 맨 위로 2001/5/3(목) 흐리고 비, 저녁 갬. +8 ~ +20, 환율:1$=28.83루블 4일간의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간 몸살나게 놀러다녔더니 일터가 생경합니다. 연휴동안 그 좋던 날씨가 어제 오후부터 흐려지고 빗방울이 뿌려대더니 오늘도 우중충하고 빗방울이 간혹 떨어집니다. 하루저녁, 하루낮 빗줄기가 핥고 간 모스크바의 저녁이 참 깨끗해 보였습니다. 집 앞 숲도 저녁빛에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제가 바람의 세기를 재는 척도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이 숲 전체가 술마신 다음날 속처럼 일렁이는 날엔 제 마음도 일렁이지요. 재기를 던져야 할텐데 하면서. 지난 연휴동안 수염한번 깎지 않고 몸살나게 놀러 다녔던 이야기들 그림과 함께 올립니다.(그림은 잠시후에 올리겠습니다). "우중(雨中)의 피크닉"- 아빠가 나뭇가지위에 친 간이천막 아래서 비 피하고 샤실릭 뜯으며 그래도 즐겁기만 한지. 연휴 마지막 날인 어제, 휴일은 끝까지 즐겁게 놀아야 한다는 우리 큰딸 지론에 따라 모두들 아픈(그간 너무 힘차게 놀아서) 몸을 이끌고 근교로 샤실릭(숯불꼬치구이) 소풍을 갔습니다. 아침부터 고기사고 야채사고 숯사고 소풍바구니를 꽉꽉 채워 막상 길을 떠나려는데 바람이 심하게 불고 맑은 하늘 저편이 뿌윰한게 곧 날이 흐려질 것 같았지만 이왕 준비한 길 떠나기로 했습니다. 북쪽 볼가강 지류에 있는 요양소로 가기로 했는데 가는 도중 급기야 빗방울이 차창을 때리기 시작하더군요. 요양소로 진입하는 길입니다. 양쪽으로 나무들이 울창한 좁은 길엔 곳곳에 교통경찰이 숨어서서 속도단속에 여념이 없습니다. 운전자들 똘똘 뭉쳐서 마주오는 차들은 불을 반짝이며 저 앞에 교통경찰 있다고 알려 줍니다. 스피드 건 들고 입맛만 쩝쩝 다시는 교통경찰 옆을 천천히 지나며 혀를 낼름. 요양소 내 울창한 소나무 숲 산책길. 100루블만 내면 요양소 경내까지 차가 들어갑니다. 공기좋은 숲 사이로 차를 끌고 가는게 좀 미안하긴 하지만 강가까지 거리가 꽤 되고 짐이 많아 어쩔 수가 없습니다. 강변풍경입니다. 흰색돛의 요트들이 그림처럼 떠다니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잔디밭이 넉넉하니 깔려 있어 아이들이 맘대로 뛰놀 수도 있고 핸드런치의 작은 비행기도 넉넉하니 띄울 수 있는 곳입니다. 나중에 전동재기를 가지고 다시 갈 계획입니다. 도착해서 짐 나르고 불 필 준비를 하는데 빗방울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와서 일광욕을 즐기던 사람들은 한팀, 두팀 짐을 걷고 철수를 하는데 우리는 나뭇가지에 천막치고 고기 썰고 우산으로 비 가리며 숯불 피우고 태연하게 샤실릭 준비를 했습니다. 의지의 노력 결과 30분 후에는 맛있는 샤실릭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입이 미어지게 맛있게 먹는 딸아이들을 보면서 역쉬 오길 잘했어. 나중에 날좋은 여름날 다시 가서 전동재기도 띄우고 아이들은 풀밭에 뛰어놀다가 강에 들어가 멱도 감고 저는 풀밭그늘에 누워 지나가는 여객기 바라보다 잠깐 졸기도 하는 그런 소풍을 다시 하려 합니다. 그날 저녁 하늘은 다시 저를 속였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모스크바는 비가 안오고 바람도 아직 남아 있는 듯 해 다시 저 혼자 언덕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허겁지겁 도착해 재기 내리는데 비가 주루룩, 바람은 잠잠. 한 두어번 재기 런칭해보고 언덕 아래 처박혀 있는 재기 회수해 물 툭툭 털어내며 그래 한달만 기다려라, 하늘아. 그때는 내가 널 가지고 놀마. 주먹질 한두번 했습니다. 전동재기가 도착하는 그날, 모든 상황은 역전된다. 5월 1일, 노동절 휴일, 연휴 3일째. 화창한 날씨에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대세에 밀려 아침부터 지도책을 펴놓고 연구를 했습니다. 모스크바에 10년 가까이 살면서도 아직 가보지 못한 박물관도 많이 있으므로 시간 날때마다 한군데씩 가보려고 박물관 지도를 구해 놓은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정한 곳, 짜리치노 역사건축박물관. 시내 남동쪽 시 경계에서 가깝기 때문에 외곽순환도로(MKAD)로 돌아서 가기로 했습니다. MKAD는 모스크바시를 둘러싼 120 Km정도의 왕복 8~10차선 고속화도로인데 노면 상태가 좋아 폭주족들의 단골드라이브 코스로 애용되는 곳입니다. 짜리치노란 곳이 2군데인줄 몰랐었습니다. 짜르(황제)의 사냥터이니 지도에 녹색으로 표시된 숲이 맞겠거니 하고 숲으로 숲으로 아무리 걸어 들어가도 성터는 커녕 초가집 한채 안보이더군요. 한참을 숲속을 헤매다 산책나온 할머니들에게 물어보니 성곽이 있는 짜리치노는 차 타고 시내로 좀 더 들어가야 한다더군요. 다시 먼 먼 숲길을 되짚어 나왔습니다. 연푸른 잎사귀를 틔워 올린 자작나무들. 짜리치노 숲 곳곳에는 샤실릭 굽는 연기와 고소한 고기냄새, 웃통 벗어던지고 공차는 사람들의 함성소리, 큰소리로 음악 틀어놓고 음주가무하는 젊은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습니다. 터벅 터벅 숲길을 걸어 나오며 이럴줄 알았으면 우리도 고기를 싸갖고 올걸 어쩌고 하면서 궁시렁, 궁시렁. 다시 지도를 펴들고 차를 몰아 결국 지하철 짜리치노 역 바로 앞의 짜리치노 역사건축물 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봄나들이 나온 수많은 인파로 붐비는 이곳은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유원지적 성격이 강한 것 같더군요. 입구에 위치한 넓은 호수에선 보트도 탈 수 있고 호수 가운데 조그마한 섬도 떠 있어 동화적인 분위기가 나는군요. 유원지답게 오색풍선이며 조잡한 장난감, 먹거리등을 파는 언덕을 오르면 저 뒤 아치형 다리(피구르늬 모스트 - 장식다리) 밑을 지나 짜리치노 경내로 들어서게 됩니다.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길게 서있는 줄 무시하고 무작정 아이스크림 2개 꺼내 들고 껍질부터 벗기는 아이들을 못보았었는지 아이스크림 값이라고 돈을 내미니 돈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다 듣는군요. 피구르늬 모스트 위입니다. 이 다리는 건축가 V.I. Bazenov가 1776년에 세운 것입니다. 짜리치노 경내에 들어서면 바로 왼쪽으로 흰색 정교회 성당이 우뚝 서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1959~1765, 1883~1885년 2차례에 걸쳐 완성된 건축물인데 본 이름은 "생명의 근원 장로 성모성당"쯤으로 번역되는군요. 맞는지 자신 할 순 없고요. 이 짜리치노 역사 건축 박물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구조물입니다. 발쇼이 드보레츠(대궁전)라 불리는 곳인데 큰 건축 구조물 전체가 폐허로 남아 있습니다. 지붕은 덮은 후 무너졌는지 하늘이 그대로 보이고 창문틀 마다 풀이 무성히 자라고 있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폐허입니다. 하 기괴해 지나는 이에게 얼핏 물어본 바로는 1786~1796년 까지 에카쩨리나 여제가 아들을 위해 M.F. Kasakov라는 건축가를 시켜 짓다가 어떤 연유로 해서 건축을 중단한 결과 지금과 같이 미완성의 성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건물을 삥 둘러 <붕괴 위험, 건물내로 절대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창틀 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기도 하고 좀 더 으슥한 건물 안쪽은 약식 화장실쯤으로도 사용되는것 같더군요. 발쇼이 드보레츠 뒷면입니다. 역시 뻥 뚫린 창틀 사이로 하늘이 훤히 보이는군요. 경내로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꺽어지면 발쇼이 드보레츠 폐허를 지나 곧 단아한 적벽돌 건물 스레드늬 드보레츠(중간 궁전)가 나옵니다. 지금은 주로 연주회장으로 이용되어 오뻬르늬 돔(오페라 하우스) 이라고도 불리는데 5월중 공연 포스터가 여러장 붙어 있는 것으로 봐서 공연이 자주 있는 모양입니다. 왼쪽에 앉아있는 아가씨는 공연표 파는 아가씨. 발쇼이 드보레츠와 오뻬르늬 돔으로 둘러싸인 넓은 잔디밭입니다. 막 돋은 잔디밭 위에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원반 던지기도 하고 일광욕도 하고 기념 촬영도 하며 한껏 봄날의 연휴를 즐기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미인대회 포즈를 취하는 우리 관제탑님. 벽에 "건물의 생이 짧으냐, 인생이 짧으냐 어쩌고 저쩌고" 페인트로 휘갈겨 쓴 낙서를 읽으며 발쇼이 드보레츠 폐허를 삥 돌아 나오면 다시 봄볓 찬란한 경내 광장입니다. 지금은 관리사무소로 쓰이는 뻬르븨 까발레르스끼 꼬르뿌스 단층건물입니다. 미술 전시관으로 쓰이는 프따로이 까발레르스끼 꼬르뿌스 8각단층건물. 정8각형태라 보시미그라니끄 라고도 불립니다. 역시 Bazenov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그날이 화요일 정기 휴관일이라 내부는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 이밖에도 중앙 광장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서면 꼬불 꼬불 산책로를 따라 바쉬냐 루이나(폐허탑), 그로테스꼬븨 모스트(기괴한 다리)등이 있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피곤해 하고 해도 많이 기울어 그만 돌아서기로 했습니다. 이상 짜리치노 방문기였습니다. 4월 30일, 연휴 둘째 날. 바람이 좋아 가족들의 엄호(?)를 받으며 낯선 곳으로 재기비행 탐방을 나섰습니다. 늦겨울 답사해 두었던 힘끼 라는 곳입니다. 사진 뒤쪽 푹 파인 삼태기모양의 지형을 처음 보고 무조건 저공비행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던 곳입니다. 하지만 골이 크고 깊어야 일정한 기류를 형성할 수 있을텐데 삼태기가 너무 작아 바람결이 휙휙 갈라지고 상승기류가 제대로 올라올 여유가 없어 비행은 실패했습니다. 경사가 너무 급해 재기 회수하러 저 아래까지 미끄러져 내려갔다 올라오길 십여차례 반복했더니 더 이상 던지기가 겁나더군요. 여러차례의 추락 충격으로 재기도 점차 맛이 가고요. 필라멘트 테이프로 단단히 보강한 재기가 추락을 거듭하면서 날개가 출렁거리게 된다는 말을 이해 못했었는데 가만히 재기를 보니 스티로폼 전체가 접히며 길게 줄이 가는 현상이 나타나더군요. 이래서 카본봉으로 보강을 하게 된단 말이지. 바람은 오후 내내 탐스럽게 불었지만 그곳에선 비행이 불가능했습니다. 차라리 모스크바 큰 언덕이 좋았을텐데. 대단한 요리(컵라면 물끓이기)준비에 여념이 없는 가족들. 이상 길고 긴 연휴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하루 한두편의 짤막한 기록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맨 위로 Another Wonderful World Another Wonderful World!Soon I'll open the subpage named "Another Wonderful World!". On that will be written all about my hobby, radio controlled model airplane. Even though it being constructed now You can visit there and see all my progress!(6th May 2000 - a little constructed) 여러분들께 권하고자븐 사이트들입니다. - <재기>라고 부르는, 깨지지 않는 특수소재로 된 무동력 글라이더를 날리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저도 원격지회원이지요) - 마이크로소프트 시뮬레이션98 하시는 분들을 위한 가상비행공간입니다. 세계 모든나라의 버추얼비행사들과 어울려 보세요 - 위 시뮬을 보다 풍부하게 해주는 무료 애드-온 프로그램을 모아 놓은 곳입니다 - 위 시뮬로 비행시 공항코드만 대면 세계 어느곳이나 루트를 찾아줍니다. 정말 대단한 사이트죠 수원여대 '98학년도 연구진흥사업의 일환으로 주영철 님이 쓰신 홈페이지 제작 안내법입니다. 무료홈페이지 공간 얻는 법부터 제작 방법, 자기 홈페이지 광고법 까지, 게다가 전문적인 색상 연출및 장식법까지 아주 잘되어 있더군요. 홈페이지 제작에 관한 모든것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 연락처는 mlab@suwon-c.ac.kr 이랍니다. * 잘됐긴 한데 도중에 몇군데 특히 중간쯤 그림부분 설명에서 잘못된 부분이 몇군데 있더군요. 그곳 주의하세요. - 미국 댈러스 공항 관제탑과 조종사들간의 교신내용이 생중계됩니다 - 잼난 유머들이 많이 오르더군요 남기실 말씀은 방명록에 이메일 주소입니다. 모든 메일 환영합니다. yhlee25@hotmail.com 당신께서는 번째 방문객이십니다 맨 위로 *별도 표기가 없는 사진 및 글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으므로 영리목적의 무단전제는 허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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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외출길에 참 드문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름모를 들새가(박새나 할미새 정도의 자그마한 새) 인도 옆에 서있는 나무속 구멍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았는데 그 둥지 높이가 겨우 사람 무릎정도 오는 곳에 있었습니다. 어떻게 찾아냈냐구요? 길을 가는데 갸냘픈 새소리가 이상한 곳에서 들리는 겁니다. 새라면 분명 나무 위일텐데 소리가 나오는 곳이 이상하게도 그곳이 아닌것 같아 걸음을 멈추고 잘 들어보니 발치에서 갸~갸~ 삐~비~ 들려오는겁니다. 그래 소리 나는곳 을 찾아보니 길가 나무둥치의 구멍! 가만히 속을 들여다 보니 뽀송송한 회색 깃털에 입 노란 새끼새들이 세마린가 네마린가가 마름모꼴 입을 벌리고 먹이를 재촉하고 있는겁니다. 아마 어미새가 먹이를 물고 근처 수풀까지 날아와 새끼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새끼들이 일제히 화답하고 있는 순간을 제가 포착했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사람 많이 다니는 낮은 곳에 둥지를 틀고 새끼까지 낳다니 참, 어이가 없군요. 조심성도 없고 덜 떨어지고 게으른 부모새임이 분명합니다. 얼마전 한번은 휴일날 가족들과 외출하다 사람 손 닿을락 말락 하는 높이의 어린 나무 가지위에 엉성하게 튼 까치, 아니면 까마귀 집을 보고 저 까마귀 어찌 저리 게으르고 멍청하누... 하면서 혀를 찬 적도 있었는데. 하긴 러시아 사람들의 짐승 사랑하는 마음은 한없으니까 이래도 별 탈 없이 키워서 훨훨 날려 보낼 수도 있겠지요. 자연도 사람들 생활도 여유가 있기 때문인지 이곳의 짐승들은 한국보다 훨씬 사람과 가까운것 같다는 느낌을 처음 왔을 때 받았었습니다. 버스정류장 앞에서 러샤사람들이 다람쥐마냥 까먹고 버리는 해바라기씨앗을 아무 꺼리낌 없이 날아와 쪼아먹는 참새떼들을 보고요. 비둘기들이야 어디나 다 그렇게 사귐성이 좋겠지만 좀 음흉해 보이는 갈가마귀들조차 도시의 한 가운데서 사람들과 공간을 같이 합니다. 이런 전반적인 대세에 물들은듯 우리집도 꽤나 야생의 짐승들과 우호적으로 지냅니다. 지지난 해 봄인가 우리집 발코니에 웬 철없는 어린 비둘기 부부가 둥지를 틀었을때도 알품는것 방해할세라, 알깬 뒤에는 새끼들 놀랠세라 두달여 동안이나 발콘 문 안 열고 창밖으로 지켜보기만 했었지요. 그러다 새끼들 깃털 자라 푸루룩 날아 간 후에 발콘에 쌓인 똥이며를 치우느라 다음에 다시 둥지 틀기만 해봐라 주먹질을 하면서도 아이들도, 어른들도 흐뭇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한동안 아침때면 창틀에 날아오던 비둘기 가족 4마리를 우리집에서 커 나간 비둘기라고 아이들이 주장하던데 그말이 맞겠지요. 아이들 눈은 예리하니까. 어찌 그 갈색에 흰색 박힌 비둘기들이 요즘은 안오더군요. 이번 주말, 가족들 데리고 비행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보여주게 그때까지 그 둥지속의 새끼들이 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있다가 집에 가서 이 이야기 해주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겠지요.
이 나무입니다. 인도 옆에 서있는 나무의 높이 50cm 되는 그곳에 어찌 알을 낳을 궁리를 했을까? 허 그 새들 참....
그 두번째 깨달음. 비행기와 관련된 것입니다. 어렸을적 비행기 할땐 이것저것 시도도 많이 해보고 뭔가 잘 안되면 돌아서 가는 방법도 금방 찾고 그랬는데 어제까지 비행기 밧데리 교체하는 방법에 대해 꼭 스팟용접 아니면 안될거라는 굳건한(?)믿음을 가지고 모스크바에 있지도 않는 전문 스팟용접점을 어케 찾을까 고민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밧데리 케이스 사서 밧데리 끼워쓰면 되지란 생각이 오늘에야 드는 걸까요? ....... 그래도 형광등처럼 늦게나마 이런 깨달음이 들긴 드는것을 보면 완전히 삭은 것은 아니쥐 하며 우선 위안을 삼습니다. 점점 나이들어도 좀 파릇파릇하게 살아야 하는데.....
사진은 새 출근길 "발샤야 삐라곱스까야 울리챠".
지난번 치료 이후의 경과가 안좋아 결국 말썽많고 고통 많았던 이빨 하나를 뽑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혀끝에 스치면 늘 뭉근하게 느껴지던 덩어리 하나가 빠져나간 자리가 시원허전합니다. 다시 뭔가로 채워넣을때까지 어디가서 입도 크게 못벌리게 되었군요. 치과, 어려서나 커서나 공포의 장소. 치료실 안에서 적나라한 비명이라도 들려온다면 대기실에 앉아있는 사람들 가슴은 콩닥 콩닥 뛰고..... 사실은 치료때는 마취때문에 별로 아픈줄 모르지요. 정작 그날 밤부터 며칠동안 떼굴떼굴 구르며 고생했는데.... 지난번 아픈김에 죽기 아니면 살기로 아무 생각없이 찾아갈땐 몰랐는데 오늘, 아프지도 않은데 다시 치과로 향하는 발길 참 무겁데요. 간사한 인간의 마음.
시내 사도보예 깔쵸와 아르바트거리가 교차하는 지하도 입구.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여미고 구 아르바트 거리를 걸었습니다. 관광객들이 뿌리는 낯선 이국향으로 들떠있어야 할 이 거리가 날씨 탓인지 스산하게 착 가라앉은 느낌입니다.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뭔가를 혼자 그리고 있는 거리의 화가들.
날은 또다시 쨍하니 개이고. 스몰렌스까야 나베레즈나야. 사진 중앙의 흰 건물은 정부청사 벨릐돔(white house)입니다. 이제 일이 끝났습니다. 오늘도 날이 쌀쌀하니 몸이 으실으실 합니다. 일찍 들어가 따뜻한 방에서 재기 제작이나 할 계획입니다.
관제탑님의 꽃왕관을 빌려쓰고 잠시 왕이 되어보았습니다. 그날 저녁 이후 관제탑님은 꽃가루 알레르기에 걸려 무진장 고생하는 중입니다. 눈이 붓고 목이 붓고 연방 재채기를 해 대고 콧물을 흘리고.... 아이고 아이고 끙끙 앓으며 아마 민들레들이 복수하는 모양이야.... 다시는 관제탑님에게 언덕에 가자고 말도 못꺼낼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요일, 오늘은 아침 먹고 혼자 다시 언덕을 찾았습니다. 혹시 바람의 방향이 언덕 정면으로 바뀌었을까 하고요. 결과는 오늘도 실패. 방향은 좋아졌으나 바람이 약해서. 대부도의 솔솔 부는 바람에도 단아하게 날은다는 장기성님의 재기3C 모습이 떠 올랐습니다. 그 재기라면 오늘 바람에 미끈하게 날 수 있을텐데. 그래서 제 재기의 뇌에 박혀있는 50g 상당의 납 제거 수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수신기 밧데리랑 수신기를 최대한 전진 배치해 무게추를 없애고 수신기 케이스조차 벗겨내고 엘레본 테이프 커버 벗겨내고 페인팅으로 대신하고 윙릿 얇은 것으로 교체하면 한 100g까지 감량 가능하지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저 아래 또다른 세상에 전동재기400X 제작기랑 빨래판 재기LE 감량기를 올리려 합니다. 사진은 언덕에서 비바람에게 바람맞고 꽁꽁 언 몸으로 시내로 들어오는 길목 꾸투좁스끼 대로 개선문 근처입니다. 정부요인들의 출퇴근 길이라 넓직넓직하고 신호등도 별로 없어 주말에는 120km/h이상 신나게 달릴 수 있는 곳입니다.
개선문을 휭하니 지나 더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한컷 더. 길 왼쪽편 뒷쪽의 살색 뾰족탑 건물은 우크라이나 호텔입니다.
휴일 사무실에 들러 꽁꽁 언 몸 달콤한 커피 한잔으로 녹이며 컴을 켜니 한 교감선생님께서 이멜을 보내주셨더군요. 제 홈에 들리셨다가 과분한 말씀을 남겨주셨는데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려서부터 선생님은 항상 무섭고(?) 어려우신 분이라는 생각이 학부모가 된 지금도 남아있는데 선생님도 야단을 맞으신다니 좀....^^. 아뭏든 스승의 날이 지난지도 얼마 안되는 오월 초하순에 선생님이 보내신 편지를 받으니 제가 갑자기 다시 어려진듯 합니다.
오늘분 사진은 나중에 현상 후 올리겠습니다. 우선 아래쪽 손을 좀 봐야겠기에..
뾰뜨르 대제 동상과 모스크바 강 건너 오른쪽으로 구세주 성당 야경입니다. 다음날 낮 같은곳.
파시스트 군대를 물리친 날을 축하하며 쉬는 날이지만 업무때문에 시내에 나가게 됬습니다. 시내 한가운데, 크레믈린과 가까운 발쇼이 극장 앞 광장이 온통 승전 축하 인파로 덮여 있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기온은 좀 낮았지만 햇볓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오후 발쇼이극장 앞에선 이곳 저곳에서 음악소리와 옛 군가 합창 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발쇼이 극장앞을 지나 구 케이.지.비 건물이 서 있는 루뱐까 광장으로 이어지는 쩨아뜨랄리늬 쁘로예즈드 대로. 평소같으면 차들의 물결로 꽉 차 있을 대로가 오늘은 보행자 전용거리로 변했습니다. 오른쪽 앞 그림자 진 건물은 메트로폴 호텔, 왼쪽 맨 뒤편으로 튀어나와 있는 건물이 구 케이.지.비 건물입니다. 그 앞이 어린이 백화점 젯스끼 미르.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간혹 합창도 하고 박수도 치는 가운데 원 안에서는 가슴에 훈장을 단 노병이 젊은 아가씨와 춤을 추고 저쪽에선 군악대가 군가를 연주하며 축제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습니다. 뒤 왼편 건물은 메트로폴 특급호텔입니다. 모스크바 최고급 호텔로 마이클잭슨이 방문했을때도 이곳에 묵었었다죠.
매년 오늘 시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베테랑, 노병들. 훈장을 하나 단 저 할머니 노병은 대독전쟁때 어디서 무슨 임무를 수행했을까요? 독일군을 물리친 지 56년. 이제 쓸쓸히 노년을 보내고 있을 이들은 젊은 날, 치열했던 전투의 상흔을 훈장으로 가리고 오늘 하루만은 한껏 가슴을 펴고 거리로 나섭니다. 그리고 또 젊은 사람들은 조국을 수호한 그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시합니다.
발쇼이 극장 회랑 원기둥 앞에서 아코디언을 켜며 군가를 부르는 노병. 다 함께 부르도록 뒤에서 가사를 넘겨주는 아줌마.
전장에서 세운 무용담으로 젊었을 적 꽤나 입심을 돋구었을 것 같은 멋장이 할아버지가 역시 멋진 폼으로 오늘도 무용담을 펼치고 있습니다. ~내가 말이야, 홀홀 단신으로 독일놈 수십명을....자신의 이야기가 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인듯 각종 군댓적 사진과 포스터등 증명자료도 풍부하게 펼쳐놓았군요.
광장 맞은편에 서 있는 칼 마르크스 석상. 광장의 소란을 무연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전면에는 이젠 조금 진부한 문구, Proletarii Bsech Stran, Soyedinyaitesi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라는 문구가 희미하게 빛이 바래가고 있습니다.
날은 청명한데 기온이 낮아 쌀쌀합니다. 그리고 어제부터 바람이 환상적이고요. 7~12m/s랍니다. 어제 낮부터 일렁이기 시작하는 창밖 나뭇가지를 보고 일터 비밀창고의 재기 충전 물려 놓고 저녁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일 끝나자 마자 날듯이 언덕으로 달려 갔지요. 일곱시가 조금 넘어 도착. 썸머타임 덕에 아직도 해는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언덕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도 바람은 쉬지 않고 나뭇가지들을 흔들어 대더군요. 게다가 두개의 언덕중 가장 좋은 지형이다 싶은 사면으로 바로 불어오는 남동풍. 만약을 위해 낚싯대와 테이프도 같이 준비하고 언덕에 도착하자마자 숨 한번 고르고 10초만에 커넥터 연결하고 스위치 켜고 타면 가동 확인하고 첫 발진. 뒤만 잡고 던지다 보니 뒷전이 약해지는 것 같아 기수 부분 잡고 하는 정통발진법을 연습하길 어언 한달. 재기는 출렁임 없이 곧바로 전진하며 상승했습니다. 소위 빨래판도 날아다닐것 같은 바람. 재기 시작한지 6개월 만에 처음 맞는 바람다운 바람. 바람을 정대해 서면 주위의 아뭇소리도 안들리고 오직 바람소리만 귀를 때리는 그런 바람. 넥타이 펄럭거리며 양복자락 펄럭거리며 언덕 꼭대기에 서서 모처럼 맘껏 날아다니는 680g의 빨래판 재기를 이리 저리 몰았습니다. 바람은 사면 정면에서 끊임없이 불어와 처음에는 눈앞에서만 왔다갔다하던 재기를 점점 멀리까지 한 100여미터 떨어진 전방까지 대담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바람이 센 동안 최대한 고도를 확보해 두려고 애썼지만 간혹 바람이 잠깐 약해지면 빨래판 재기는 곧 그동안 따 놓은 고도를 잃고 결국은 저 아래 언덕받이에 여러차례 주저앉았습니다. 한번은 약해진 바람에 지면 가까이까지 떨어진 재기를 어떻게든 살려 볼려고 오락가락 애쓰다 결국은 개 데리고 산책 나온 어떤 청년의 어깨를 냅다 박았습니다. 사이드 와인더 미슬처럼 꼬불꼬불 그 먼거리에서 어찌 그리 정확히 맞추는지. 정작 청년은 괜찮다 그러는데 그 험악한 로트와일러가 길길이 날뛰며 주인을 친 재기를 물어 뜯으려 덤비는 바람에 시껍했습니다. 하마터면 걸레 된 재기 주워들고 눈물 흘릴뻔 했습니다. 그렇게 언덕 아래까지 오르내리기를 수차례. 그사이에도 바람은 계속 불고 해는 점점 떨어지고... 아무래도 경제적인 비행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아래는 바람이 끊기더라도 꼭대기는 최소한의 바람은 부니까 다시 처음처럼 눈앞을 맴도는 긴축비행을 하자. 역시 예상대로 재기를 언덕부근 가까이에서만 끄니까 얼마든지 체공 가능하더군요. 바람이 세게불어 재기 에너지가 축적되자 말로만 듣던 글라이더 롤을 시도해 봤는데 허걱, 정말 되더군요. 처음엔 승강타 다운 안 받히고 해서 휙 고도를 까먹었지만 나중엔 승강타 다운까지 바쳐주는 여유도 부렸습니다. 루프도 한번 해보려고 기수를 세웠더니 수직으로 선 상태에서 바람에 휙 밀려 머리뒤로 나가 떨어져 루프는 실패. 그리고 호버링. 2루블짜리 동전을 추가로 달았는데도 맞바람에 정대하면 전진을 못하고 호버링을 하더군요. 눈 바로 앞에서 싸각 싸각 써보 움직이는 소리를 내면서 흔들 흔들 멈춰서 있다가 좌나 우로 샤-악 미끄러지기. 그리고 바람을 측면으로 받으며 턴 할때마다 날개가 단단한 무언가를 찍어 누르며 올라가듯 고도를 높이는 신기함.....등등등 얼마를 비행했는지 이미 해는 아파트를 넘어가 주위는 어두워지고 바람은 더욱 거세 지는데 송신기에서 9.2V 저전압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재기니까 정말 송신이 끊길때까지 몇분은 더 공중에 머물 수도 있겠지만 이제 산책하던 낮의 사람들은 사라지고 슬슬 어둠의 자식들이 나타날 시간. 잘못하면 불량배들에게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조급한 마음으로 재기를 언덕 위에 안착시키려고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번번히 오버슈팅해서 결국엔 언덕 아래 패대기(-,.-;;) 쳐서야 비행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길에 아직도 슬롭풍에 취해 대부도도 안부럽다, 꽃게찜도 안부럽다, 중얼 중얼....
그런데 한가지, 아직 아무도 모르시는듯한 한가지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슬롭재기가 중독성이 강한 또 한가지 이유! 그건 의학적, 보건학적으로 인체가 슬롭풍에 끌리기 때문일 겁니다. 생각해 보십시요. 평소 깊은 호흡 안하고 각박한 호흡만 하느라 찌들어 있던 폐가 바람부는 언덕에 서서 입 하 벌리고(빨래판이 뜨니까 좋아서)반 강제적으로 빠른 공기를 받아들이며(제트기의 공기 흡입구처럼)두어시간 동안 호흡하면 그 상쾌함이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이겠지요. 한번 그, 입 하- 벌리고 바람 맞는 맛을 들이면 중독되는건 당연한 것 아닐까요? 그리고 그 효험도 분명 있었습니다. 어젯밤 두시까지 TV보면서 늦장을 부렸는데도 오늘아침 일어나는 기분이 개운하더군요. 모처럼 신선한 산소를 반 강제로 마셨기 때문일 겁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그러실 거라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첫 처녀비행의 감격에 겨워 글이 아주 늘어져 버렸습니다. 그럼 모든분들 즐거운 비행 하시기 바랍니다.
P.S. 이 글은 제비우스 비행클럽의 게시판에 올리기 위해 쓴 글입니다.
러시아의 5월은 정말 몸살 나도록 놀아야 하는 달인가봅니다. 일요일, 간밤에 잠을 설쳐서만은 아닌듯 어깨도 뻐근한데다 온몸이 두드려 맞은것처럼 아파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고 싶었는데 어딘가에 송사리 노는 개울 발견해 두었다며 꼭 몇마리 잡아다 어항에 키워야 한다는 딸내미들 극성에 항복하고 휘적 휘적 딸내미들 뒤를 따라 숲길로 들어섰습니다.
스탈린 시대쯤일까, 인공 호숫가에 인공으로 조림해 놓은 듯한 참나무가 어느새 아름드리 나무로 커서 멋진 산책로를 이루고 있습니다.
간단히 손으로 송사리를 잡을 만한 개울이라 만만히 생각하고 뜰채조차 안가지고 나왔더니 이곳이 송사리가 살고 있는 곳이랍니다. 얌마, 당연히 호수에 송사리가 살지. 저 넓은 곳에 사는 놈들을 맨손으로 어캐 잡냐, 하면서도 대충 나뭇가지 꺾어 손수건 엮어 매 뜰채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어렸을땐 체바퀴(이렇게 쓰는것 맞는지)로 붕어잡는다고 가지고 나갔다가 물에 퉁퉁 불려 못쓰게 만들고 혼도 많이 났는데... 지금 우리 딸내미들이 벌써 그때가 되었군요. 나중에 국수 헹구는 큰 구박 갖고 오면 제법 잡겠다고 딸내미랑 속삭거리다 관제탑님에게 들켜 같이 쫑코 먹고 머쓱. 결국 약빠른 송사리는 못잡고 망둥이처럼 생긴 도망 안가는 이상한 물고기 두어마리에 도롱뇽 한마리를 잡긴 잡았습니다.
어렸을때 간혹 본 기억이 있긴 하지만 도롱뇽을 직접 잡아 어항에 넣어 보긴 처음이었습니다. 참 이그죠틱하게 생긴 짐승이더군요. 얼굴을 개구리를 닮았고 몸통, 발, 꼬리는 코모도 도마뱀을 닮은 양서류. 길이는 10cm정도. 등은 흙갈색에 배는 약간 붉은 색에 점박이 무늬가 있는 놈. 그림에서는 영원이라 해서 이상하게 생긴 아가미가 달려 있던데 이놈은 아가미는 없는 것 같고. 암튼 그놈을 잡아다 어항에 넣었습니다. 20년 물고기 기르면서 어항에 넣으면 죽을때까지 물속에서만 사는 놈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이 도롱뇽이란 놈 잠시 후 어항벽을 기어 오르더니 난간에 올라앉아 밖을 내다보며 뭔가 굉장히 고독한 사색을 즐기는듯 보이더군요. 피부껍질이 말라 뿌스스하게 보일 정도로 오래 앉아 있다가 어항 바깥으로 슬슬 기어내려 오더니 바닥으로 툭 떨어지길래 다시 주워넣고 잠자러 갔는데 다음날 결국 없어졌습니다. 어느 구석에서 말라버렸는지. 아침에 잠깬 딸 아이는 이구석 저구석 찾아다니며 안타까와 했는데. 어제 개구리처럼 목울대를 볼록거리며 낯선 방을 둘러보던 모습이 안쓰러워 오늘 다시 갖다 풀어주려 했는데 그새를 못참고. 어쨋든 본의 아니게 살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날. 아빠 생일날.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한국처럼 어린이날 선물을 안하면 패륜(?)이 되는 분위기도 아니라 그냥 집옆 숲에서 샤실릭을 해 먹으며(또!) 조용히 보내기로 했습니다.
경험이 늘어나면 기술도 늘어나는 법. 한사람당 한꼬챙이 이상은 무리니까 네꼬챙이만. 고기는 너무 얇지도 두껍지도 않게 썰고 맨살보다는 적당히 비계(맞나?)가 붙어 있는게 좋지. 불은 어느정도 화력이 줄어든때가 고기를 올리기 좋은 때지. 좀 오래 익더라도 타지 않으니까. 쏘시지도 두꼬챙이면 되고 상치는 몽우리 앉은 양상치가 좋더군. 준비물은 되도록 간단하게. 그리고 이번에는 웨스턴 영화에서 봤던대로 잉어구이도 한번 곁들여 볼까. 큰 입쪽에서 꼬리쪽으로 단번에 꼬챙이를 꿰고 소금과 양념을 양쪽에 뿌려 그대로 불에 얹는다. 그랬더니..... 단번에 숯덩이가 되어버렸다. 내장을 안뺐더니 쓸개가 터졌는지 고기는 쓴물 가득하고. 결국 한점도 먹지 못하고 까마귀들 좋은 일만 시켰습니다. 물고기 샤실릭은 더 약한 불에, 거의 꺼져가는 불에 얹어야 하고 내장은 반드시 먼저 제거할 것. 결국 웨스턴 영화의 활활타는 장작불에 물고기를 터푸하게 구우며 폼잡는 장면은 다 뻥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기굽는 연기가 숲 이곳저곳에서 피어올라 안개처럼 깔리는 평화로운 저녁한때.
데에스베(DSB)라고 불리는 모스크바대 교외(敎外)기숙사 앞벽에 누군가 멋진 솜씨로 체게바라의 초상화를 그려 놨군요.
이거 원, 노는 달 노는 이야기만 몰아서 쓰니까 모스크바는 완전히 놀자도시 아니냐 생각하실까봐 좀 그렇군요.
집 앞 숲도 저녁빛에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제가 바람의 세기를 재는 척도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이 숲 전체가 술마신 다음날 속처럼 일렁이는 날엔 제 마음도 일렁이지요. 재기를 던져야 할텐데 하면서.
지난 연휴동안 수염한번 깎지 않고 몸살나게 놀러 다녔던 이야기들 그림과 함께 올립니다.(그림은 잠시후에 올리겠습니다).
"우중(雨中)의 피크닉"- 아빠가 나뭇가지위에 친 간이천막 아래서 비 피하고 샤실릭 뜯으며 그래도 즐겁기만 한지. 연휴 마지막 날인 어제, 휴일은 끝까지 즐겁게 놀아야 한다는 우리 큰딸 지론에 따라 모두들 아픈(그간 너무 힘차게 놀아서) 몸을 이끌고 근교로 샤실릭(숯불꼬치구이) 소풍을 갔습니다. 아침부터 고기사고 야채사고 숯사고 소풍바구니를 꽉꽉 채워 막상 길을 떠나려는데 바람이 심하게 불고 맑은 하늘 저편이 뿌윰한게 곧 날이 흐려질 것 같았지만 이왕 준비한 길 떠나기로 했습니다. 북쪽 볼가강 지류에 있는 요양소로 가기로 했는데 가는 도중 급기야 빗방울이 차창을 때리기 시작하더군요.
요양소로 진입하는 길입니다. 양쪽으로 나무들이 울창한 좁은 길엔 곳곳에 교통경찰이 숨어서서 속도단속에 여념이 없습니다. 운전자들 똘똘 뭉쳐서 마주오는 차들은 불을 반짝이며 저 앞에 교통경찰 있다고 알려 줍니다. 스피드 건 들고 입맛만 쩝쩝 다시는 교통경찰 옆을 천천히 지나며 혀를 낼름.
요양소 내 울창한 소나무 숲 산책길. 100루블만 내면 요양소 경내까지 차가 들어갑니다. 공기좋은 숲 사이로 차를 끌고 가는게 좀 미안하긴 하지만 강가까지 거리가 꽤 되고 짐이 많아 어쩔 수가 없습니다.
강변풍경입니다. 흰색돛의 요트들이 그림처럼 떠다니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잔디밭이 넉넉하니 깔려 있어 아이들이 맘대로 뛰놀 수도 있고 핸드런치의 작은 비행기도 넉넉하니 띄울 수 있는 곳입니다. 나중에 전동재기를 가지고 다시 갈 계획입니다. 도착해서 짐 나르고 불 필 준비를 하는데 빗방울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와서 일광욕을 즐기던 사람들은 한팀, 두팀 짐을 걷고 철수를 하는데 우리는 나뭇가지에 천막치고 고기 썰고 우산으로 비 가리며 숯불 피우고 태연하게 샤실릭 준비를 했습니다. 의지의 노력 결과 30분 후에는 맛있는 샤실릭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입이 미어지게 맛있게 먹는 딸아이들을 보면서 역쉬 오길 잘했어. 나중에 날좋은 여름날 다시 가서 전동재기도 띄우고 아이들은 풀밭에 뛰어놀다가 강에 들어가 멱도 감고 저는 풀밭그늘에 누워 지나가는 여객기 바라보다 잠깐 졸기도 하는 그런 소풍을 다시 하려 합니다. 그날 저녁 하늘은 다시 저를 속였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모스크바는 비가 안오고 바람도 아직 남아 있는 듯 해 다시 저 혼자 언덕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허겁지겁 도착해 재기 내리는데 비가 주루룩, 바람은 잠잠. 한 두어번 재기 런칭해보고 언덕 아래 처박혀 있는 재기 회수해 물 툭툭 털어내며 그래 한달만 기다려라, 하늘아. 그때는 내가 널 가지고 놀마. 주먹질 한두번 했습니다. 전동재기가 도착하는 그날, 모든 상황은 역전된다.
5월 1일, 노동절 휴일, 연휴 3일째. 화창한 날씨에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대세에 밀려 아침부터 지도책을 펴놓고 연구를 했습니다. 모스크바에 10년 가까이 살면서도 아직 가보지 못한 박물관도 많이 있으므로 시간 날때마다 한군데씩 가보려고 박물관 지도를 구해 놓은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정한 곳, 짜리치노 역사건축박물관. 시내 남동쪽 시 경계에서 가깝기 때문에 외곽순환도로(MKAD)로 돌아서 가기로 했습니다. MKAD는 모스크바시를 둘러싼 120 Km정도의 왕복 8~10차선 고속화도로인데 노면 상태가 좋아 폭주족들의 단골드라이브 코스로 애용되는 곳입니다.
짜리치노란 곳이 2군데인줄 몰랐었습니다. 짜르(황제)의 사냥터이니 지도에 녹색으로 표시된 숲이 맞겠거니 하고 숲으로 숲으로 아무리 걸어 들어가도 성터는 커녕 초가집 한채 안보이더군요. 한참을 숲속을 헤매다 산책나온 할머니들에게 물어보니 성곽이 있는 짜리치노는 차 타고 시내로 좀 더 들어가야 한다더군요. 다시 먼 먼 숲길을 되짚어 나왔습니다. 연푸른 잎사귀를 틔워 올린 자작나무들.
짜리치노 숲 곳곳에는 샤실릭 굽는 연기와 고소한 고기냄새, 웃통 벗어던지고 공차는 사람들의 함성소리, 큰소리로 음악 틀어놓고 음주가무하는 젊은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습니다. 터벅 터벅 숲길을 걸어 나오며 이럴줄 알았으면 우리도 고기를 싸갖고 올걸 어쩌고 하면서 궁시렁, 궁시렁.
다시 지도를 펴들고 차를 몰아 결국 지하철 짜리치노 역 바로 앞의 짜리치노 역사건축물 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봄나들이 나온 수많은 인파로 붐비는 이곳은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유원지적 성격이 강한 것 같더군요. 입구에 위치한 넓은 호수에선 보트도 탈 수 있고 호수 가운데 조그마한 섬도 떠 있어 동화적인 분위기가 나는군요.
유원지답게 오색풍선이며 조잡한 장난감, 먹거리등을 파는 언덕을 오르면 저 뒤 아치형 다리(피구르늬 모스트 - 장식다리) 밑을 지나 짜리치노 경내로 들어서게 됩니다.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길게 서있는 줄 무시하고 무작정 아이스크림 2개 꺼내 들고 껍질부터 벗기는 아이들을 못보았었는지 아이스크림 값이라고 돈을 내미니 돈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다 듣는군요.
피구르늬 모스트 위입니다. 이 다리는 건축가 V.I. Bazenov가 1776년에 세운 것입니다.
짜리치노 경내에 들어서면 바로 왼쪽으로 흰색 정교회 성당이 우뚝 서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1959~1765, 1883~1885년 2차례에 걸쳐 완성된 건축물인데 본 이름은 "생명의 근원 장로 성모성당"쯤으로 번역되는군요. 맞는지 자신 할 순 없고요.
이 짜리치노 역사 건축 박물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구조물입니다. 발쇼이 드보레츠(대궁전)라 불리는 곳인데 큰 건축 구조물 전체가 폐허로 남아 있습니다. 지붕은 덮은 후 무너졌는지 하늘이 그대로 보이고 창문틀 마다 풀이 무성히 자라고 있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폐허입니다. 하 기괴해 지나는 이에게 얼핏 물어본 바로는 1786~1796년 까지 에카쩨리나 여제가 아들을 위해 M.F. Kasakov라는 건축가를 시켜 짓다가 어떤 연유로 해서 건축을 중단한 결과 지금과 같이 미완성의 성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건물을 삥 둘러 <붕괴 위험, 건물내로 절대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창틀 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기도 하고 좀 더 으슥한 건물 안쪽은 약식 화장실쯤으로도 사용되는것 같더군요.
발쇼이 드보레츠 뒷면입니다. 역시 뻥 뚫린 창틀 사이로 하늘이 훤히 보이는군요.
경내로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꺽어지면 발쇼이 드보레츠 폐허를 지나 곧 단아한 적벽돌 건물 스레드늬 드보레츠(중간 궁전)가 나옵니다. 지금은 주로 연주회장으로 이용되어 오뻬르늬 돔(오페라 하우스) 이라고도 불리는데 5월중 공연 포스터가 여러장 붙어 있는 것으로 봐서 공연이 자주 있는 모양입니다. 왼쪽에 앉아있는 아가씨는 공연표 파는 아가씨.
발쇼이 드보레츠와 오뻬르늬 돔으로 둘러싸인 넓은 잔디밭입니다. 막 돋은 잔디밭 위에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원반 던지기도 하고 일광욕도 하고 기념 촬영도 하며 한껏 봄날의 연휴를 즐기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미인대회 포즈를 취하는 우리 관제탑님.
벽에 "건물의 생이 짧으냐, 인생이 짧으냐 어쩌고 저쩌고" 페인트로 휘갈겨 쓴 낙서를 읽으며 발쇼이 드보레츠 폐허를 삥 돌아 나오면 다시 봄볓 찬란한 경내 광장입니다. 지금은 관리사무소로 쓰이는 뻬르븨 까발레르스끼 꼬르뿌스 단층건물입니다.
미술 전시관으로 쓰이는 프따로이 까발레르스끼 꼬르뿌스 8각단층건물. 정8각형태라 보시미그라니끄 라고도 불립니다. 역시 Bazenov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그날이 화요일 정기 휴관일이라 내부는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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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중앙 광장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서면 꼬불 꼬불 산책로를 따라 바쉬냐 루이나(폐허탑), 그로테스꼬븨 모스트(기괴한 다리)등이 있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피곤해 하고 해도 많이 기울어 그만 돌아서기로 했습니다. 이상 짜리치노 방문기였습니다.
4월 30일, 연휴 둘째 날. 바람이 좋아 가족들의 엄호(?)를 받으며 낯선 곳으로 재기비행 탐방을 나섰습니다. 늦겨울 답사해 두었던 힘끼 라는 곳입니다. 사진 뒤쪽 푹 파인 삼태기모양의 지형을 처음 보고 무조건 저공비행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던 곳입니다. 하지만 골이 크고 깊어야 일정한 기류를 형성할 수 있을텐데 삼태기가 너무 작아 바람결이 휙휙 갈라지고 상승기류가 제대로 올라올 여유가 없어 비행은 실패했습니다. 경사가 너무 급해 재기 회수하러 저 아래까지 미끄러져 내려갔다 올라오길 십여차례 반복했더니 더 이상 던지기가 겁나더군요. 여러차례의 추락 충격으로 재기도 점차 맛이 가고요. 필라멘트 테이프로 단단히 보강한 재기가 추락을 거듭하면서 날개가 출렁거리게 된다는 말을 이해 못했었는데 가만히 재기를 보니 스티로폼 전체가 접히며 길게 줄이 가는 현상이 나타나더군요. 이래서 카본봉으로 보강을 하게 된단 말이지. 바람은 오후 내내 탐스럽게 불었지만 그곳에선 비행이 불가능했습니다. 차라리 모스크바 큰 언덕이 좋았을텐데.
대단한 요리(컵라면 물끓이기)준비에 여념이 없는 가족들.
이상 길고 긴 연휴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하루 한두편의 짤막한 기록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Another Wonderful World!Soon I'll open the subpage named "Another Wonderful World!". On that will be written all about my hobby, radio controlled model airplane. Even though it being constructed now You can visit there and see all my progress!(6th May 2000 - a little constructed)
- <재기>라고 부르는, 깨지지 않는 특수소재로 된 무동력 글라이더를 날리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저도 원격지회원이지요)
- 마이크로소프트 시뮬레이션98 하시는 분들을 위한 가상비행공간입니다. 세계 모든나라의 버추얼비행사들과 어울려 보세요
- 위 시뮬을 보다 풍부하게 해주는 무료 애드-온 프로그램을 모아 놓은 곳입니다
- 위 시뮬로 비행시 공항코드만 대면 세계 어느곳이나 루트를 찾아줍니다. 정말 대단한 사이트죠
수원여대 '98학년도 연구진흥사업의 일환으로 주영철 님이 쓰신 홈페이지 제작 안내법입니다. 무료홈페이지 공간 얻는 법부터 제작 방법, 자기 홈페이지 광고법 까지, 게다가 전문적인 색상 연출및 장식법까지 아주 잘되어 있더군요. 홈페이지 제작에 관한 모든것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 연락처는 mlab@suwon-c.ac.kr 이랍니다. * 잘됐긴 한데 도중에 몇군데 특히 중간쯤 그림부분 설명에서 잘못된 부분이 몇군데 있더군요. 그곳 주의하세요.
- 미국 댈러스 공항 관제탑과 조종사들간의 교신내용이 생중계됩니다
- 잼난 유머들이 많이 오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