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9/27(토), 맑음, +15~+22
아브람체보 영지 예술박물관
올해는 가을이 제법 오래 머무르는군요. 그렇담...단풍구경을 가야지.
가족들과 함께 이름도 멋진 가을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기껏 생각의 범주가 동네 숲이냐, 시내 티미랴제프 박물관이냐를 맴도는 와중에 엄마의 한마디, "아르항겔스꼬예!"
그런데.... 모스크바시 경계를 서쪽으로 벗어나면 곧바로 있는 동네인데 통 찾을 수가 없어서 두시간을 낭비하니 대략 낭패!
그렇담 우리는 이제 아브람체보로 간다!
아브람체보는 모스크바 외곽순환도로에 바로 면해 있다고 표지판에 써 있더라.
자신있게 아브람체보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니 가면 갈수록 시골향기가 짙어지는데....할머니가 볓바라기를 하고 있고 조랑말이 축구장에서 풀을 뜯고 있고 수도사가 아낙네랑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참으로 시골스럽기도 하지....
한데.... 길이 점점 좁아지고 울퉁불퉁 자갈길로 바뀌더니 이제 동네골목길로 바뀌어 끊어지네....
동네 아저씨 붙잡고 박물관이 어딨냐니 아마 저 아랫마을 구멍가게가 그래도 번화하니 거기 옆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구멍가게에 가서 박물관이 어딨냐니 박물관이 어떻게 생긴거냡니다.
이거 왜이래요.... 모스크바에서 겨우 길하나 건넌 사인데....
결국 유일하게 바깥세상을 아는 분을 만나서 박물관이 있는, 외국인이 찾는 그 아브람체보는 여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딴동네로서 한 50여킬로 북쪽으로 달려가야 한단 얘기를 들었습니다.
벌써 4시가 넘었는데....동명이도하니 대략 조치 안타!
예전 야로슬라블로 가출했던 길따라 달리다 노천꽃시장에 들러 국화묘목이랑 꼬추도 사고 여유부리다가 결국 해질때쯤 진짜! 아브람체보에 도착했습니다.
아브람체보 영지 예술박물관은 예전의 어떤 영지를 19세기 후반에 부호 기업가 마몬토프가 입수해 타일 공예를 비롯해 회화등의 예술품 제작촌으로 꾸민 곳이랍니다. 마몬토프는 예술에 대한 관심이 커서 레삔, 바스네쵸프, 샬랴핀, 세로프등의 당대 유명 화가, 예술가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이곳에서 작품활동을 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건 그렇고 해진다!
어서... 빨리....사진을!
입장시간은 지났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 있나... 경비원에게 금일봉쫌 쥐어주고 입장.
허허~~ 딸내미들의 포즈가 볼만하군요.
입구에 서 있는 3백살 참나무.
저 푸른 초원 위에 강아지들이 늦가을저녁을 즐기고 있습니다.
오솔길.
우린 바로 이런 모습을 보려고 온거야.
숲속의 귀여운 나무다리.
작은것 이빨보고 다리 아래 붕어새끼들 놀랠라.
'체르크비 스빠싸 니루카트보르노보 (인간으로선 할 수 없는 구원의 성당)'
'이즈부쉬까 나 꾸릐흐 노쥐까흐 (닭다리 위의 오두막)'
어린이 놀이터쯤으로 쓰였던 모양입니다.
위 오두막 앞에 놓인 여인상과 함께 또 하나의 여인석상(까멘나야 바바).
도네츠크 철도 건설당시 마몬토프 공작이 이곳으로 옮겨왔다는데 9세기경 남부 러시아 하리꼬프지방에서 제작된 것이랍니다.
그때쯤 우리나라에선 석굴암의 신비로운 부처미소까지 새겨내고 있었는데....러샤사람들 차암~~ 소박했었던듯.
통나무'쩨레목(뾰족지붕집)'. 튼튼하게 생겼군요.
뒷짐지고 단풍 한아름 들고 '에헴~~'
온통 타일로 만들어 엉덩이가 제법 시려울것 같은 벤치까지 보고(그걸 또 유리관속에 가둬 놓았어요) 땅거미가 깔리는 저녁, 집으로...
왼쪽 목조건물은 부엌이었던가, 그럼 그 옆에 쪼금 보이는 삼각지붕은 김장독(오이절임) 묻었던 곳?
신혼부부가 이 저녁에 이 먼 숲속까지 찾아왔어요.
처마장식이 아름다운 저 쩨레목은 타일 작업장이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