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늘로
빛바랜 일기장 1999/12월 일기보기 엇그제 일기장 2000/1/1, 1/3, 1/5, 1/6, 1/8, 1/10, 1/12, 1/13, 1/14, 1/15, 1/24, 1/25, 1/27,
조용하고 맑은 토요일 아침입니다. 날씨가 극적으로 풀렸습니다. 영하 22도에서 하룻만에 0도 가까이 치솟는군요. 보통 기온이 푹해지면 하늘도 우무룩 해지는데 오늘은 찬란한 햇빛에 포근하기까지 합니다. 산책하기 참 좋을듯 합니다. 저는 지금 일터에 나와 있습니다. 아래사진은 며칠전 가장 추웠던 날 아침모습입니다. -22도였습니다.
넘 바빠서 참 시간 내기가 힙듭니다. 이젠 일주일째 한파가 계속되고 있군요. 모스크바 시는 아예 눈치우기를 포기한 듯 거리는 스키장입니다. 엉금 엉금, 차타고 스키 즐기는 기분입니다. 사진 작업실이 멀리 있어서 지금 같이 못 띄웁니다. 잠시 후 거리 모습 올리겠습니다.
듣자니 이번 한파는 세계적이라는군요. 어디서는 영하 4도에 수십명이 죽었답니다. 일본 홋카이도는 영하 35도까지 내려간다지요. 모스크바도 어젠 영하 22도까지 내려가서 아주 고전했습니다. 우리 얘깁니다. 러샤 사람들 아주 늠름합니다. 출근 후 옹기종기 모여서 춥네 어쩌네 얘기할라 치면 저기 느긋하게 앉았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습니다. 뭐 이정도를 가지고 호들갑인고 하는 표정입니다. 오래 같이 일하더니 구렁이가 다 되었습니다. 여기는 뱀사골인가 봅니다.
한 너댓새째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중입니다. 아침마다 차 시동걸때 조마조마합니다. 걸릴까, 걸릴까 하고. 올해는 안걸린적이 아직 한번도 없지만 작년엔 한 -25도쯤 내려갔을때 서너번 낭패를 봤지요. 딱딱하게 언 운전석에 앉을때부터 이미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길~ 길~ 길~.... 서너번 만에 밧데리가 먹통되면 지나가는 차 불러세워 점프하던지 집에 다시 올라가 장화신고 눈밭속을 뛰어 지하철 역으로 가는 수밖에 없지요.
오늘은 아주 재미있는 날입니다. 아침 출근때 라디오 방송에서 <따찌야닌 젠>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매년 이맘때쯤이면 늘상 듣던 말이던군요. 오늘,1월 25일(러시아 정교회력으론 1월 12일)은 "따찌야나(애칭으로 "따냐"라고도 부릅니다)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의 날, 그리고 어찌어찌해서 MGU학생, 더 나아가 학생들의 날이랍니다. 제가 여기 온 해 첫 겨울부터, 러시아엔 나타샤도 많고 또 올가도 많은데 하필 따찌야나의 날만 있고 왜 이날이 MGU학생의 날이 되었는지 썩 궁금했었습니다. 그러다 귀넘이로 이것저것 끌어모아 몇년 전에야 그 감을 잡게 되었는데 여러분들을 위해 다시한번 오늘 신문을 찬찬히 살펴 봤습니다(제가 또다시 유식해 집니다^.^). 먼저 "따찌야나의 날" 유래입니다. 옛날 로마에 한 귀족이 살았더랍니다. 그때는 아직 기독교가 불법화되던 때라서 몰래 기독교에 귀의하고 비밀교회에 다녔었던가 봅니다. 그에게 딸이 하나 있었으니 따찌야나 라고 불렸답니다. 그녀 또한 어려서부터 독실한 기독교 신앙속에서 자라났고 커서는 한 비밀교회의 집사직을 담당하게 되었답니다. 따찌야나라는 이름이 러시아 순수 이름이라서 이미 그때 러샤 사람이 로마에 까지 진출했었나(더군다나 귀족이라는 신분으로까지?)하는 의문이 생겨 주변 러샤 러샤사람들에게 물어 봤지만 워낙 오래전(?)일이라서 잘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암튼 그러다 따찌야나는 결국 로마 당국에 체포되어 갖은 고문을 당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가 성호를 긋자 아폴론 신전의 석상이 떨어져 내리고 굶주린 사자떼가 그녀 앞에서 양처럼 순해지는등 기이한 일이 마구 일어났답니다. 이에 당황한 로마 관리들은 결국 그녀를 아버지와 함께 사형에 처했는데 그리하여 따찌야나는 순교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겁니다. 그날이 아마 모년 1월 25일(러시아 정교회력으로는 1월 12일)이었을 겁니다. 그 후 세월은 흘러 1755년 1월 25일(정교회력 1월 12일), 당시 러시아 여제 엘리자베뜨의 명으로 대학자 미하일 바실리예비치 로마노소프에 의해 모스크바 국립대학(MGU)이 문을 열게 됩니다. 그리하여 1월 25일은 MGU의 개교기념일이 되고 따찌야나는 MGU, 나아가 러시아 전체 학생들의 수호천사로 여겨지게 됩니다. 이상입니다. 참 공부 잘했죠 ^.^ ? 이날 따찌야나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는 집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야말로 축하의 세례를 받고 붕 뜹니다. 아까 러시아 사람들 따찌야나 서너명(정말 따냐 많습니다!)을 둘러싸고 맥주마시러 간다고 우- 퇴근 하더군요. 참 재밌습니다. 러샤 사람들 사는거..
오늘 러시아는 또하나의 경축일입니다. 위의 <따찌야닌 젠> 과 항상 같이 붙어다니는 단어가 있으니 블라지미르 비소츠끼입니다. 뉴스에서도 꼭 두가지를 한데 묶어 언급하는데 매년 토씨하나, 순서 하나 틀리지 않네요. 턱수염에 움푹 들어간 눈을 하고 통기타를 퉁기며 걸걸걸 짜낸 목소리로 절규하듯 노래했던 구소련의 가수이자 배우블라지미르 세묘노비치 비소츠끼가 1938년 태어난 날이 오늘입니다. 매년 이날만 되면 라디오, TV할것 없이 온통 그의 노래와 영화로 도배가 됩니다. 그가 간지는 오래 됐지만 아직도 러시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인중의 하나입니다. 저 위 클릭해 보시면 아마 그의 노래를 MP3로 들어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정말 독특한 창법이죠. 창자를 쥐어짜는듯한 절규, 대충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론 글쎄요... 저는 박인희나 카펜터즈의 노래를 좋아합니다. 오늘도 역시 그의 무덤에는 수많은 꽃다발이 받쳐졌을 겁니다.
"모스크바 서쪽 근교 아르항겔스꼬예읍에 있는 <무제이 우사지바>입니다. 대저택 박물관이란 뜻인데 제 기억이 맞다면 19세기말 유스포프 공작이 살던 저택을 공산당이 접수해 지금은 군인휴양소로 쓰고 있는 곳입니다. 진입로와 경내의 울창한 숲이 일품이더군요. 나중에 꽃필때 다시한번 보여드릴께요."
덕분에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 일주일간 잠 푹 잤더니 아주 개운합니다. 역시 휴식은 필요한가 봅니다.
일주일동안 제 홈페이쥐가 참 보고 싶었습니다(집엔 인터넷이 없었습니다). 뭐 아주 하찮은 공간인데도 세상으로 통하는 창이라 여겨져 그런지, 그동안 쏟은 정이 있어 그런지 참 그립더군요. 이제 다시 펼쳐보니 썩 쑥스럽습니다. 집에서도 문득 문득 그런 느낌에 사로잡혀 그만할까 어쩔까 망설이기도 했는데 부끄럼 무릅쓰고 계속 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일상사의 주절거림 등등(특히 지난 연말의-아주 부끄러운 부분입니다.)은 꼭 절제하겠습니다.
종종 하늘사랑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이야기들이 눈에 띕니다. 게시판에 그 첫번째를 싣는 중입니다. 저 하늘에선 무슨일이 일어날까? 라는 제목입니다. 땅에만 엎뎌 살다보니 입체적인 사고가 잘 안되는게 일상인데 싱싱한 사고거리린것 같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그 다음으론 우주왕복선의 착륙과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틈 날때마다 푸다보니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북경호텔을 뒤로하고 여기 서있는 이 힘찬 동상의 주인공은 구소련의 혁명작가라 불리는 마야콥스끼입니다."
지금 러시아 문학사 공부중입니다.....
항상 궁금했습니다. 왜 마야콥스낀 앞섭을 풀어 헤친채로 요즘 DDR춤 자세로 서선 광대뼈 나온 얼굴로 어딘가를 잡아먹을듯 노려보는지..(그 시선이 가 닿는 곳은 마야콥스끼 지하철 역 입구입니다). 대부분의 동상들을 보면 아주 정형적인 자세(예를들면 저번에 소개해 드린 꾸쿠조프 장군은 말타고 칼 휘두루고 있죠, 12월의 뾰트르 대제는 탑 꼭대기에서 항상 배 키 붙잡고 있죠, 자유의 여신상은 횃불 힘껏 치켜올리고 있죠 등등) 를 취하고 있는데 유독 이 마야콥스끼만은 아주 자유스런듯 바람냄새를 풍기며 뻗대고 서있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문학사를 조금 공부해 봤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마야코프, 아니 마야콥스끼에 대해 간단한 썰을 풀고자 합니다... 몇시간 후에 이어집니다.
....이제 몇시간이 흘렀습니다.
블라지미르 마야콥스끼는 1893년 카프카즈의 한 산림감시원의 아들로 태어나 1930년 권총자살로 37세의 생을 마감할때까지 거칠고 격렬한 시의 세계를 휘젓고 다녔던 질풍노도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프로권투선수와 같은 체격과 분방한 기질을 지녔던 이 시인은 짜르체제의 몰락과 볼세비키 혁명을 환영하며 그 역사의 흐름속에 기꺼이 몸을 던졌습니다. 그는 아세예프, 브리끄 등과 함께 LEF(예술의 좌익전선)에 가입하여 미래파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잘 짜여진 시적 형식을 조롱하고 구어적이고 생경한 운율을 과감히 시도하며 혁명을 노래했습니다. 1912년 미래주의자들의 선언문으로 채택된 <대중적 취향에 모욕주기> 나 그의 초기시 "바지를 입은 구름", "등골의 풀루트"등이 그 대표적인 것들입니다. 비평가들은 시인의 사회참여라는 측면에서 그를 민중시인 네끄라소프(1821~1877)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네끄라소프의 시혼이 슬픔, 눈물,회개라면 마야콥스끼의 그것은 활동적이고 역동적이며 생활에 힘차게 수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분이 됩니다("여름별장에서 마야콥스끼에게 일어난 특별한 모험"(1920)). 그의 시는 심오하기 보다는 힘에 넘치며 명료, 단순하지만 운율의 독특한 기교, 구어체의 음보를 결합시켜 낭랑하게 낭송되는 그만의 표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노랑색 블레이져 코트를 즐겨 걸치고 자신을 혁명의 병정시인이라 부르며 시 낭송장을 복싱경기장에 즐겨 비유했던 이 시인은 부르즈와지와의 설전속에서 고함소리와 도전의 흥분상태를 즐기곤 했지만 정력적인 이 시인에게도 곧 좌절이 찾아오게 됩니다. 혁명의 이상은 그것이 성취된날부터 예외없이 부패의 냄새를 풍기게 되되는 걸까요? 시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상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경직된 권력의 그림자가 덮히게 됩니다. 소란한 낙천성을 지녔던 시인은 이제 고독과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자신이 봉사했던 정권에 대해 어떤 환상도 품지 않게 되었습니다(풍자극 "빈대"(1928), "목욕탕"(1930)). 혁명의 주체 레닌은 처음부터 마야꼽스끼에 대해 떠벌이시인이 왜곡된 어휘를 창안하고 있을뿐이라고 불신하였습니다. 결국 1930년 4월 14일, 시인은 얼음같은 감옥으로 변한 현실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권총 자살을 택하게 됩니다. 시인은 이렇게 비극적으로 갔지만 그의 시와 개성이 소비에트문학에 끼친 영향은 참으로 커 혁명과 노동자의 시인으로서 방대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니꼴라이 아세예프(1889~1963), 세묜 까르사노프(1906~?)등많은 추종자들이 그의 시풍을 물려받아 시학의 한 쟝르를 이루게 됩니다. 그후 레닌과는 달리 스탈린은 마야콥스끼를 소비에트시대의 가장 탁월하고 재능있는 작가라고 부르면서 그의 작품은 고전으로 다뤄졌고 그에 대한 연구는 모든 학교 교육과정이나 교과서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위로부터의 추앙은 그의 많은 부분을 왜곡시키기도 해 빠스체르나크는 이를 에카쩨리나 대제 치하의 강제 감자보급에 비유하면서 이로써 마야콥스끼는 두번 죽게 되었다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어찌 되었건 마야콥스끼는 뿌쉬킨, 레르몬토프, 네끄라소프 다음으로 오늘날 러시아에서 널리 읽히는 시인이며 러시아어와 공화국 51개 언어로 번역된 그의 작품은 2천3백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합니다. 마을, 거리, 농장, 지하철, 극장등 어디서나 그의 이름이 붙여진 곳을 볼 수 있기도 하지요.
마야콥스끼 박물관으로 가는 길
저는 시를 잘 모르기는 하지만 러시아사람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뿌쉬킨등의 시 한수를 척 척 읊는것을 보면 우선 듣기가 참 좋습니다. 그래서 시는 다른 언어로 번역되면 그 빛을 잃게 되지요. 대부분의 번역시가 뜻만을 전달하지 노래하는듯 한 그 운율을 다른 언어로 옮기는건 애초부터 불가능하니까요. 여러분들도 러시아 시 한두개쯤은 원문으로 살살 외워두고 가끔 읊으면 그 참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아! 이제 갑니다. 휴가를 갑니다. 얼마나 기다렸던 휴가인가요. 일주일동안 잘 쉬고 오겠습니다. 그동안 찾지 마세요. 전화도 하지 마세요. 안녕히 계세요....
"아침 출근길의 시내 초입입니다"
밤새 바람이 무섭게 불었습니다. 어둔 아침 출근길에도 여전히 바람은 새찼습니다. 그바람에 한방 제대로 맞으면 쓰러질 것 처럼 묵직한게 무섬증까지 들더군요. 예전 한국에서는 바람은 다 같은 바람인줄 알았는데 이런날 모스크바 아침의 바람에서는 무게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왜 처음에도 썼었죠, 촘촘한 공기 덩어리라고. 바로 그겁니다. 덕분에 오늘 하루종일 모스크바의 대기는 먼지들이 깨끗이 날려 가버려 숨쉬기가 편했습니다. 이제 퇴근해야겠군요. 가족들이 어디 쩨아트르(극장)에서 공연 보고 있다고 데리러 오랍니다. 아, 그리고 저도 갑니다. 휴가를, 드디어 T.T;;.일주일간입니다. 푹 쉴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 일주일 동안 여러분들을 만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푹 쉬고 더 알찬 내용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내일은 나올겁니다.
"모스크바 강가에 위치한 구세주 성당(Hram Hrista Spasatelya)입니다. 러시아 정교회의 본산이지요. 스탈린시대때 허물고 수영장을 만들었다가 2년전 수영장을 메우고 다시 복원했습니다. 러샤사람들 허물고 짓고 허물고 짓고 또 허물텐데 뭐라 짓는고 삐죽거리더군요."
뭐 직장에서 있는 그렇고 그런 스트레스란 말해봤자 맨날 헛일이지요...
오늘은 러시아 정교회 이야깁니다. 일자무식이라 또 역사책 신세를 졌습니다. 이거 여러분들땜에 제가 참 날로 유식해 지는것 같군요, 하하.
관광코스로 유명한 바실리 성당이나 크레믈린 경내의 대형 성당들, 노보데비치, 다닐롭스키 수도원 등등은 빼 놓고도 길 가다 보면 조금조금한 정교회 양파머리들이 많이 보입니다. 머리에 쁠라톡이라 부르는 수건을 맨 할머니들 그곳을 그냥 안지나치고 꼭 성호 한번씩을 그리고 경건하게 묵도하고야 갈길을 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지요. 위에 있는 우람한 성당을 허물었던 스탈린도 결국 어쩌지 못하고 어물어물 넘어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러시아 정교입니다. 젊은 층들에게는 돈이 종교인 시대가 됐지만 장, 노년층, 특히 여인네들에게 정교는 아직도 생활의 중심입니다 (그러고 보니 남자들이 정교회 다니는건 한번도 본 기억이 없네요, 왜 그 생각이 지금에야 들지요?). <연대기>에 따르면 농업국가라 자연신을 섬기던 고대 키예프러시아 공국에 그리스 정교회 신앙이 들어온 것이 988년이었다고 합니다. 외국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던 상류계층으로부터 수용된 그리스 정교회는 차츰 농민들에게 전파되며 러시아적 요소가 가미되어 형식보다는 구원에 이르는 내용을 중시하는 러시아 정교회로 정착하게 됩니다. 그후 몽고의 지배로(1240-1483)비잔틴과의 관계가 끊겨 러시아 정교회는 군소 수도원을 중심으로 더욱 독특한 러시아 정교회의 모습을 갖추게 되지요. 이후 러시아 정교회는 신권마져 장악한 황제의 지배하에 때로는 권력지향적으로(볼로콜람스크 수도원장 요셉 파), 때로는 민중지향적으로(닐루스 소르스키 파) 갈리면서도 러시아인들의 정신적 지주로 변함없는 위치를 고수하며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떠냐구요? 솔직한 얘기로 지금의 러시아 정교회는 요셉파에 가깝게 보입니다. 사회주의때 억눌렸던 교회가 최근 10년간 아주 부흥의 절정에 오른듯 합니다. 옛날에 국가에 빼앗겼던 교회땅을 되찾는 소송이 많이 제기되고 그때문에 국가로부터 그 땅 받아 수십년동안 집짓고 살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떠나야 하는 일도 있다 하고 러시아의 담배 전매권 일정부분을 정교회가 갖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공개된 장이라 이렇게 거대한 실체에 대해 얘기하기가 꺼려집니다. 혹 윗 내용중 틀린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주세요. 바로 고칠께요.). ...... 저는 교회에 다니지 않습니다.
"시내 조그마한 공원 산책로입니다">
어제치 일기를 오늘 씁니다. 어제 너무 바빠서요. 쌓이는 사진때문에 갈수록 뜨는 속도가 느려져 어떻게 할까 무진 고민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여러번의 시도 끝에 월별로 나누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이렇게 나누니 한결 낫죠? 몇가지 이야기를 씁니다. 먼저 신문 이야깁니다. 시보드냐(오늘)란 일간지가 있습니다. 러시아신문은 주장이 확실해서 이편저편 갈라져 아예 당 대변지가 된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데 이 신문은 비교적 중립적 입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거기에 매일 설문을 하나씩 싣는데 어제 설문은 옐친의 사임 후 생활이 고르바쵸프형이 될것이냐 흐루시쵸프형이 될것이냐 하고 묻는것이었습니다. ??? 뭐시라고라? 외국인인 저는 두 삶의 차이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러샤 사람도 뭐 그딴 질문이 다 있는가고 갸우뚱 했지만 여럿이 고민끝에 고르바쵸프는 은퇴 후에도 활발한 정치활동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흐루시쵸프는 은퇴후 조용하게 연금생활을 하는 무명인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두 타입을 정의했습니다. 그 결과는요? 응답자중 30%는 옐친의 말년이 고르바쵸프형이 될것이다. 70%는 흐루시쵸프형이 될것이다라고 나왔는데 우리 정의가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암튼 편집진의 의도가 너무 앞서나가 보통(?)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였습니다. 제게도 이런 버릇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건 지양해야겠죠?
두번째 이야깁니다. 러시아에 쥐굴리라는 자동차가 있습니다. 1970년도에 이탈리아 피아트사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 볼가지방 똘야티 라는 곳에서 생산을 시작해 아직도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찹니다(제 자동차리뷰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 어떤 자동차 수집가가 피아트 몇형 골동품이라 그러면서 이런형태의 차를 소중하게 소장하고 있다는 기사를 옛날에 봤었는데 이곳에는 널린게 그런 차라서 얼마나 웃었는지요. 암튼 이 차가 세계기록을 세웠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폭스바겐을 제치고 세계최다생산차종이란 타이틀로요. 러샤사람 얘기로는 한 5백만대 나왔을거라고 합니다. 러시아에도 바야흐로 자동차 산업이 부흥하려는지 신모델 체인지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영웅 쥐굴리도 조만간 생산 중지되고 새 모델로 바뀔거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마지막 얘깁니다. 모스크바는 요즘 이상 난동입니다. 눈도 잘 안오고 기온도 매일 0도를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이곳에 오래 살았지만 갈수록 따뜻해지는 겨울이 썩 좋지 않군요. 제가 처음 왔던 92년도의 겨울은 얼마나 쨍 했던가요? 칼가루눈이 반짝이며 얼굴을 때리던 아침, 숨쉴때마다 코끝이 아리던 그 영하 20여도의 겨울날 아침, 단어외며 수업받으러 가던 때가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하지만 저 동쪽 시베리아 이르쿠츠크는 여전히 때가 묻지 않은듯 매일 영하 30도까지 내려간대요. 바이칼 호수로 유명한 곳입니다. 러시아에 오시는 분들은 꼭 한번 가보시랍니다(저는 아직 못 가보았습니다). 바이칼호에 관한 몇가지를 뽑아봤습니다. (길이 636km, 폭 80km. 가장 깊은곳 1,620m, 전 세계 담수의 20%를 담고 있고 30개의 바위섬이 있으며 336개의 강물이 흘러들어오고 앙가라 라고 불리는 한개의 강만이 바이칼호로부터 흘러나감). 또 바이칼 호가 있는 시베리아에 대해서는, 몽고 말 시비르(잠자는 땅)에서 유래 했으며 러시아 총 국토의 7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곳 올때 비행기에서 몇시간동안이고 끝없이 내려다 보이는 그 숲과 호수의 땅 바로 거깁니다.
어제 제 홈페이지를 찾아주신 하이텔 시뮬동의 소금(HANA)님과 Dreamfly 박정환님, 그리고 큐멘 김규상님께 감사드립니다. 넷상에서 여러번 뵈서 그런지 아주 친숙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사설통신에 아직 가입하지 않는것은 따로 LAN을 통해 인터넷에 상시 접속할 수 있고 그 외 요금에 비해 그다지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이미 하이텔에 계신 분들을 서운케 해드렸다면 용서하세요 ^.^). 제 옆자리 양반이 거기 든것 같은데 비행게시판은 잠깐잠깐 빌려 보도록 할께요. 그리고 제가 소속된 버철 항공사 주무대인 유럽 애드온을 이것저것 깔다보니 하드가 90 메가밖에 안 남은 것도 시뮬동님들의 비행에 100% 동참하지 못하는 이유중의 하나고요. 조만간 하드를 더 심든가 해서 좀더 가까이 가고 싶습니다. 세계일주 비행이라 참 좋은 계획이네요. 그리고 오랫만에 한글교신하면 너무 시원한 감에 준비 없이도 불쑥불쑥 끼어들게 됩니다. 앞으로도 어설프지만 강퇴시키진 말아주세요 ^.^;; 하늘에서 뵐께요. 아 그리고 그동안 몇가지 궁금한게 생겼는데 이-멜로 물어볼께요.
"첨탑이 하늘을 찌르는 외무성건물입니다(노어로 보실분은 보기에서 끼릴(원도우) 고르시고 아님 영어 선택하시면 깨진 글자가 제대로 돌아옵니다). 시내 환상도로(사도보예 깔초)서쪽 스몰렌스크 광장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난주 이틀간의 근무일이 있었지만 또다시 3일간의 러시아 성탄절 연휴가 계속되어서 물경 10일간의 긴 휴식끝에 비로소 오늘에야 한 해 일을 시작하는 기분이 듭니다. 역시 휴식은 필요한가 봅니다. 오랜만에 출근한 사람들의 얼굴이 생기에 가득차 있습니다..... But, 이 활기찬 얼굴들이 일과 스트레스에 쩌들어 퍽탄맞은 듯한 모습으로 변할때 까지는 1주일도 안걸린다는 사실.... 공감하시죠? 러시아사람들 책상머리에는 자주 이런 그림이 붙여져 있습니다. 예쁜 젊은 여자얼굴이 있습니다. Before Work입니다. 그 그림이 뒤집어 걸리면 파파노파로 보입니다. After Work라고 씌여 있습니다. 나중에 한장 구해 요 아래 보여드릴께요.
"석양속의 개선문을 지나갔습니다. 이 조형물은 1812년 쿠토조프 장군이 모스크바로 쳐들어오는 나폴레옹군에 대승을 거둔것을 기념하여 만든것입니다."
방금 러샤 역사책을 뒤져 보았습니다. 쿠투죠프 장군의 대첩기는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나폴레옹의 60만 대군은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모스크바를 향해 파죽지세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려... 이에 러샤의 짜르 알렉산더 1세는 쿠투조프공작을 총사령관으로 임명하여 나폴레옹과의 대격전을 준비합니다 그려.... 이리하야 1812년 9월 5일, 12만의 러시아군은 쿠투조프 장군의 명령에 따라 모스크바 서쪽 보르지노라는 곳에서 학익진 방어대형을 갖추고 1당5의 혈전에 들어갔습니다 그려. 쿠투조프 장군- Dorogie Soldati! Pozertvuite svoeu poslednuyu kroviyu radi otsetsestva!(병사들아 마지막 피 한방울도 조국땅을 지키는데 쓰자!!) 병사들- Da, Sudavolstviem Mui pozertvuem svoeu zizniu za otsetsestvo! Dazdradsvuet Rossiya! Dazdradstvuet Zhar! (이 한몸 조국 러샤를 위해 다바치겠습니다. 러샤 만세, 짜르 만세!!!) 그리하여 마침내 격돌은 시작되고 프랑스군의 총돌격과 러샤군의 힛 앤드 런 병법이 무려 8합을 겨룰때 마침내 러샤군의 방어선 한쪽이 무너집니다 그려..... 결국 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든 전투에서 러샤군은 4만, 프랑스군은 6만이라는 사상자를 남기고 러샤군은 눈물을 머금은 <작전상 후퇴>를 하게 됩니다. 모스크바를 적의 수중에 남겨두고 떠나며 쿠투조프 장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려. "모스크바를 잃는것이 러시아를 잃는것은 아니다! 결과는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나와있을겁니다. 함 읽어보세요. 참고로 러샤소설은 절대로 나이들어서 읽어야 됩니다. 그래도 결과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마무리를 할께요, 험,험,..... .....그리하야 모스크바에 들어온 나폴레옹은 텅빈 크레믈린에 숙소를 마련하고 모스크바의 첫날밤을 맞는데.... 어디선가 "불이야!". 결국 원인미상의 대화재로 모스크바의 모든것이 불타버리고 러샤군의 게릴라전술 저항으로 전쟁은 소강상태로 겨울을 맞게 됩니다 그려.... 유난히 추웠던 그 해 겨울 춥고 배고픈 프랑스군은 얼어죽고 굶어죽고 결국 나폴레옹은 병사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죠. 나폴레옹- 이곳이 아닌게벼. 병사들아. 지금부터 자유형으로 프랑스를 향해 뛰어간다... T.T;; ....결국 60만 프랑스군 중에 살아돌아간 병사는 5만이 채 안되었다는 이야깁니다 그려.
"저를 한번 그려봤습니다. 정말 똑같이 그려져서 아주 애착이 가는군요."
사실은 디지털 케무러를 딴 사람이 빌려가는 바람에 제 작업에 빵꾸가 났습니다. 어디 시골로 놀러가는데 멋진 시골 풍경을 찍어오겠다고 합니다. 그치만 제가 직접 보고 아 좋구나 할때만 찍어 올리는걸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사진만 좋으면 뭘하겠어요. 아직 한달도 안되었지만 관우가 언월도 차고 다니듯, 손오공이 여의봉 갖고 다니듯 외출때마다 품고 다니던 비장의 무기(?) 하나가 빠지니 아주 허전하군요. 도해에서 썼듯이 제 비장의 병기들을 소개합니다. - 핸폰: 벽돌형, 가장 이코노믹한 요금체계, 정 급할때만 여의봉처럼 사용합니다. 가슴에 묵직한 무게를 느낄때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 디지털 케무러: 여러분들에게 모스크바의 숨결을 전해주는 아주 깜찍한 물건입니다. 외투 주머니속에 쏙 들어갑니다. 전혀 부자틱한 표 안나죠. - 포터블 지피에스: 연말에 마누라 구박 받으며 외국에 주문해 구한 물건입니다. 전지구적 위치표시깁니다. 지구상 어딜 가든 위치를 위도, 경도로 표시해 주죠. 지도만 있으면 절대 미아될 걱정 없는 대단한 물건입니다. 바다낚시 옛날 포인트 찾아갈때 그만일 겁니다. 차에도 깜찍히 부착되죠. 그럼 요즘 유행하는 네비게이터가 되는 겁니다. - 에어밴드 리시버 : 심심할때 최곱니다. 저 위 조종사들의 숨결 하나하나를 들을 수 있죠. 다만 10층 높이 이상에서만 잘 일합니다. 위 병기들 한채비 다 제대로 차리면 도해의 가방이 묵직해 집니다(안테나 삐죽 삐죽). 그 가방(처남에게서 뺏은 것임) 보기에는 낡았어도 007 본드가방 뺨치는 성능이 감춰져 있다는것 여러분께 처음으로 밝히는 겁니다. 그런 가방 보시면 조심하세요!
"어제 연휴 마지막 날 집 옆 숲에 썰매타러 갔었습니다. 눈꽃이 아주 보기 좋았습니다 "
새해 첫 근무일입니다. 그간 밀려있던 일들이 정신을 빼 놓는군요. 하루치 스트레스도 똑 그만큼 받고요. 지난 새해 연휴의 정취는 자취를 찾아볼 수 가 없군요. 역시 프로의 세계는 냉정합니다.한국은 이미 오래전에(?)새해 일을 시작했다죠? 벌써 생의 한가운데 들어서서 박차를 가하기에 여념이 없을 모습이 선합니다. 힘내세요. 미례처제, 시골 부모님의 모습 담아준다는 마음이 고맙구만. 부디 널리 많은 세상 배우고 올핸 좋은 사람도 만나게.
"어제 붉은광장엘 갔었습니다. 선남선녀들이 많이도 나왔더군요. 바실리 성당을 향해 용감하게 걸어가는 세 여인이 낯익군요."
쉬는날인 어제 아기들, 마누라랑 같이 붉은광장을 갔었습니다. 소문에 무슨 초대형 욜까(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져 있다니 가보자고-마누라, 만두재료 사러-큰딸년 보리(붉은광장에 왠 만두재료?), 뭔지 모르지만 나간다니까-둘째년 누리... 전날 세벽 네시까지 컴퓨터 매달렸기에 그냥 자고 싶지만 여인들 성화가 대단해서-나. 이상과 같은 이유로 붉은광장엘 갔지요. 참 새해를 맞는 러샤 사람들 많이도 모였더군요. 뭐 무슨 갈라콘서트나 하는것도 없는데 그냥 광장 가득히 모여선 거닐더군요. 쌀쌀해진 날씨에 귀는 얼어붙는듯 한데 미끄러 넘어지며 사진찍으며 사람들 구경하며 크레믈린 종탑 차임벨 소리들으며 러샤사람들처럼 그냥 거닐었습니다. 동냥하는 할머니에게 아이들 시켜 적선도 했습니다. 광장 입구 정교회에는 기원하는 인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정신적인 사람들입니다, 러시아사람들. 아이들 풍선 하나씩 안기고 코끼리 날틀 한번에 기뻐하는 모습 보니까 보기가 좋았습니다.
새해 거듭 주신 격려말씀들이 고맙고요 아유~ 공인된 부담도 상당히 생기네요 ^.^;;.
미례처제, 방문록 내용 고맙고 올해 바래는 일들 꼭 이루길 바래. 한번 놀러 와 (뱅기값 벌어서.. ^.^)
"새해 첫 햇살에 빛나는 크레믈린입니다."
새 천년의 첫날입니다. 지난 연말의 눈코뜰새 없는 부산함도 다 지나가고 조용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원대하고 휘황찬 계획은 없습니다. 그저 우리 가족들, 내가 아는 모든 이들에게 큰 어려움 없이 평온한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램입니다. 이곳을 찾는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좋은 올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사신: 쑥스러운 광고에도 불구하고 둘러 보시고 말씀주신 권주형님께 감사드립니다. 형님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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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취직한 가상 항공사입니다. 매주 비행지시를 받고 비행 후 리포트도 제출하죠. 아직은 견습조종사지만 곧 캡틴으로 승진하면 가상월급도 받게 됩니다. statistic에 보면 제기록도 나와 있지요
- 미국 댈러스 공항 관제탑과 조종사들간의 교신내용이 생중계됩니다
- 잼난 유머들이 많이 오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