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86 Sabre 슬롭 글라이더 자작기

제작 동기

모형비행기 생활동안 잠깐 헬기로 새서 돈낭비하다 퍼뜩 정신 차리고 빠져나온것, 요트의 유유한 동작에 반해 선뜻 구입했다가 금방 싫증내고 결국 모 식당에 장식품으로 기증한것 정도만 빼고는 정통 엔진기의 길만을 걸어 오길 어언 10년. 그러면서 비행은 엄숙 신중하게 해야 하며 기체는 발사로 붙이고 샌딩해서 코트로 커버링한 후 정성들여 기름 닦아가며 날리는 것이고 그것이 곧 모형비행의 알파요 오메가이니라 라는 말에 한 점 의심도 없던 때가 얼마전이지요.
그러다가 Xevious 클럽을 통해 Zagi를 알게 되었고 전동재기를 거쳐 이젠 슬롭비행의 오묘한 세계로 들어섰습니다. 겪어본 이들이 한결같이 말 하는, 더없이 중독성이 강한 비행세계입니다.
물론 재기로 시작했습니다. 가볍고 바람 잘 타고 조종성 좋고 모습이 XF적이라 관중들의 흥미까지 끄는 슬롭재기가 더 없이 맘에 들기에 한국 제비우스님들이 슈팅스타, 머스탱 등 슬롭 스케일기를 띄우는 모습을 전해보면서도 내사랑은 오직 재기뿐이야! 했었는데 사람 맘이란게 참 간사한 모양입니다.(이미 제비우스 회장님께선 이점을 설파하셨지요). 예고만 무성할뿐 실체를 드러내지 않던 우리클럽 김산님의 X-29의 실체가 드러나고 또 성공적인 비행 동영상까지 보고나서 충격먹고 있는데 이번엔 날개길이 3m의 B-29까지 비행에 성공했다 하니까 PSS (Power Slope Scale 스케일 슬롭 글라이더)쪽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더군요. 그렇게 되기까지엔 모스크바 슬롭환경의 개선도 상당부분 영향이 컸습니다. 조건좋은 현재의 신 슬롭장을 개척하지 못하고 여전히 하딘스끼 평지나 난기류 부는 크릴랏스꼬예 언덕만 있었다면 여전히 전동재기 날리며 좋다 좋다를 연발하고 있었겠지요.
이제는 언덕도 받쳐 준다는 확신이 생기니까 스케일기를 만들어도 장식품 신세는 되지 않겠다 싶어 제대로 된 PSS기를 하나 만들기로 했습니다.
기종은 내 맘속의 비행기 베스트 5에 드는 F-86 세이버. 제트기이면서도 날개가 커서 글라이딩에 어울릴 것 같고 둥근 공기흡입구를 감싸는 곡선이며 동체를 이루는 실루엣도 그만입니다. 게다가 알미늄 동체에 선명한 노란띠까지.
일이 잘 풀릴려는 모양인지 EPP-스티로폼 기체를 알게된지 1년 만에 제비우스 클럽님들의 도움으로 폼 컷터기(일명 흥부톱), EPP 등등 제작에 필요한 모든 기재를 갖추고 이제 제작에 들어갑니다.
(우선 폼 컷팅이 처음이라 실수가 예상되고 후퇴각이 있는 엘론의 구동 메카니즘이 좀 문제가 될 듯 하며 미익을 전가동으로 승강타 역할을 하게 하는 부분, 그리고 데칼부분에서 좀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나씩 풀어가기로 하지요.)

제작과정

  1. 준비물- 도면, 폼 컷터기, EPP, 스티로폼, 필라멘트 테이프, 알미늄색,노랑색등 코트류, 3M77 스프레이 접착제, 에폭시, 힛 건, 커터 나이프, 샌드 페이퍼, 캐노피 목형재료(석고), 기자재등

  2. 제작


    (2001.12.18)
    자작의 단초는 도면 구하는 것부터. 키트로 나오는 F-86이 있긴 한데 잘 날진 몰라도 일명 멸치 세이버라고 불릴 정도로 동체가 가늘고 엉성해 보여서 자작하기로 결심한 몸. 임대규님을 비롯해 이미 제비우스 님들께서 닦아놓은 길을 편안하게 걸어 들어가 <자작천국>에서 일본 엔진기 버젼의 도면을 손쉽게 구했습니다. 발사 엔진기 버젼이라 랜딩기어도 보이고 리브도 날개 길이에 따라 다르고 복잡하지만 내게 필요한건 실루엣 뿐. 폼커터로 한방에 썰어버리면 모두 해결되는 것을 발사로 만든다면 스파 눌러 놓고 리브 붙이고 플랭킹하고 샌딩하는 대작업이 되겠지요. 아찔~ . EPP-스티로폼 기체가 얼마나 편한것인지 다시한번 감탄.
    아래 리브 익형은 비행동지 김재수님께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하시는 에플러 374 익형입니다. 처음엔 기체가 무겁기때문에 최대양력만을 고려하여 클라크Y 형으로 예정했었지만 이 익형도 그에 못지 않는 양력에 직진성까지 좋다시길래 우선 정했습니다. 나중에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시 폼컷터로 한방에 썰면 되겠지요.


    (2001.12.18)
    실축 확대도면과 한가운데의 원 도면, 그리고 마일드세븐 담배갑.

    A4크기로 인쇄한 도면을 실제 크기에 이를때까지 확대복사 한 후 짜깁기를 했습니다. 이번경우 배율은 1:6. 원도면 날개 앞전이 11cm였는데 이걸 60cm로 할까 65cm로 할까 70cm으로 할까 고심했습니다. 크면 클수록 좋겠지만 먼저 현재 확보한 앞전용 EPP의 길이를 못넘겠고 양날개가 붙여진 후 차 트렁크 속에 안들어가면 그 또한 문제라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후 복사기 확대율 조작의 편의성까지 감안해 1:6의 확대비율을 얻었습니다. 따라서 한쪽 날개 앞전의 길이는 66cm가 되지만 익단재를 붙이면 3cm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재료 썰기는 시작도 안 한 상태지만 실축도면 만들기도 상당한 노가다를 요하는 작업입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원도면을 8쪽으로 자르고 각각을 200% 확대, 그놈을 다시 200% A3로 확대복사, 다시 그놈들을 절반으로 잘라 150%로 확대복사하면 총 16장의 A3 복사물이 나오죠. 커트선대로 잘라 스카치테입으로 깁기. 테입 한롤이 금방 훌쭉해 집니다.
    축소도면때는 느낄 수 없었는데 실축도면을 보니 저 퉁퉁한 것이 과연 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군요. 타협점을 다시 찾아야 하나... 날개를 5cm씩 더 키울까나... 후퇴각을 좀 줄일까나.... 동체 살을 좀 빼야하나...
    고민중입니다.......


    (2001.12.19)
    실제 제작은 안들어가면서 계속해서 변죽만 울린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잠시 더 여유를 부려 보렵니다.
    EPP 글라이더 제작의 주역 폼컷터, 일명 흥부톱. 멀리 한국에서 우리 제비우스클럽 장승순님이 공들여 만드신 것을 어렵사리 공수해 왔습니다. H형의 흥부톱 본체는 직접 제작해야 합니다.
    원하는 열선길이 만큼의 각목(여기서는 90cm)에 한쪽은 고정식으로, 또 한쪽은 가동식으로 각목을 수직으로 달고 아랫쪽엔 나사못을 각각 박아 열선을 매어 고정하고 윗쪽은 고무줄로 당겨 열선을 팽팽하게 유지하게 만들면 O.K. 그리고 열선의 양단에 장승순님표 12V파워 써플라이에서 나온 전선을 악어클립으로 물리면 열선이 뜨끈뜨끈 스티로폼을 사아악 자르고 나갈 일만 남지요. 상기 흥부톱 제작엔 우리 회사 목공 할아버지가 수고해 주셨습니다.


    (2002.1.2)- 벌써 해가 바뀌어 제작 2년째-_-;;
    1:1 실축도면을 만들때 여벌로 복사해 둔 낱장들을 사용해 부위별로 템플릿(열선 컷팅용 외형윤곽 가이드)을 제작합니다. 정밀한 날개 리브와는 달리 동체는 대략의 모습으로 폼 컷팅 후 많은 부분 곡면샌딩을 해야 하므로 골판지등에 붙여 오리면 되고 다만 나중에 니크롬 열선이 컷팅 도중 걸리지 않도록 엣지면에 에폭시를 두른 후 부드럽게 샌딩해 주는 정도면 됩니다.
    한편 익근 및 익단 리브 템플릿은 정밀한 형태를 요하고 크기도 작으므로 함석판 등을 오려 매끈하게 샌딩해 주는게 좋지만 여기선 여의치 않아 두꺼운 종이화일 커버에 붙여 오려 테두리를 에폭시 보강하고 샌딩해 주는 선에서 끝냈습니다. 사진의 우측에 위로부터 익근쪽 최대 리브(30cm-120% 확대복사), 원형 리브(25cm), 익단쪽 최소리브(16cm-64% 축소복사)를 배열했습니다. 그리고 역시 마일드 세븐 담배갑!


    (2002.1.5)
    익근과 익단 리브 템플릿을 제작했습니다. 처음엔 이렇게 아래 위쪽 템플릿을 별도로 제작해야 하는 줄도 모르고 복사한 리브를 통째로 따서 썰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는데 김재수님의 한 수 가르침으로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두거운 종이화일커버를 오리고 5분 에폭시로 테두리를 보강했는데 결국 나중에 흥부톱 열선이 한곳에 걸려 멈추는 바람에 날개에 물결무늬가 생기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2002.1.5)
    날개 본체가 될 스티로폼을 도면 보다 넉넉한 크기로 재단하고 앞전용 EPP도 미리 썰어 양쪽 접착면에 3M77스프레이 접착제를 듬뿍 뿌리고 어느정도 굳기를 기다립니다(한 15분 정도). 좁은 단면을 썰때는 직선 가이드를 핀, 포장 테이프 등으로 재료 양면에 고정하고 폭이 긴 단면을 썰때는 곧바른 쫄대등을 양쪽에 대고 끈으로 묶으면 훌륭한 가이드가 됩니다. 직선 커팅하는거야 재미 그자체이지요.


    (2002.1.5)
    이제 대망의 날개썰기에 들어갑니다. 김재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재료 측면에 템플릿을 붙이는 일이 성패를 가르는 아주 중요한 공정이라고 합니다. 즉 양 리브 중심선의 앞 뒤를 재료 바닥으로 부터 같은 높이로 붙이면 날개 비틀림이 없는 평형 날개가 나오고 익단실속을 늦추기 위해 익단 비틀어내림을 주고자 한다면 윙팁쪽 리브 템플릿 뒷편을 좀 올려 주는 식이죠. (이번 F-86 제작에는 비틀림 없는 평형날개를 채택했습니다.) 또한 상반각을 주기 위해서는 윙팁쪽 템플릿을 원하는 높이만큼 올려 붙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재료가 스티로폼이라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 양 날개 접착면을 샌딩해 상반각을 임의로 줄 수 있기 때문에 그정도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겠지요.
    이번 경우 템플릿 재질이 종이라 핀을 여러개 찔러넣어 재료 양면에 고정했습니다. 먼저 윗면을 썰어냅니다. 재료가 흔들리지 않게 무거운 물건 등으로 폼을 눌러 놓는데 흥부톱의 지지대가 걸리지 않고 지나갈 수 있도록 납작하면서도 무게 나가는 물건이 필요합니다. 그다음 두사람이 양쪽에서 흥부톱을 잡고 열선을 템플릿에 대고 조금 누른 상태로 호흡을 맞춰 일정하게 밀고 나가면 됩니다. 이번같이 테이퍼가 큰 날개의 경우 안쪽과 바깥쪽의 진행 속도를 달리 해 동시에 시작하고 동시에 끝내는데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윗면 썰기가 끝나면 이제 아랫쪽 리브를 붙이고 똑같은 요령으로 완전한 날개를 만들어 냅니다. 아랫쪽 리브를 붙일때 리브 중심선을 먼저 잘라낸 윗쪽 리브 중심선과 일치시키지 않으면 다음 그림과 같은 불행한 결과가 빚어집니다.


    (2002.1.5)
    첫번째 왼쪽 날개는 공장제품처럼 깨끗하게 나왔습니다만 사진처럼 우측 날개는 위, 아래 리브 중심선 일치를 못시킨 결과 이렇게 뒷전이 두툼하게 되버렸습니다. 이일을 어쩌나! 샌딩이 꽤 많이 필요할 것 같군요.

    결론 :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