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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모스크바에서의 모형생활 초창기, 이름모를 허름한 .40 연습기로 비행술을 익혀갈 즈음 모형점에서 새빨간 동체에 유리창까지 달려있는 한 비행기를 보게 되었다. 세스나 비슷한 고익기라 날릴만 하겠다 싶었고 유리창에 휠팬츠까지 달려 있는 실기감에 반해 과감히 비자금을 털어 내것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러나 그 후 이 기체의 악명을 알게 되었으니 이착륙이 대단히 까다롭기로 소문난 고난도 기체라고 했다. 실지로 비행장에서 이 기체를 한번 보았는데 다음주부턴 영영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 그 주인도 이 미인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보내버렸을 것이다. 두려운 마음이 불쑥 들어 결국 커버링까지 마친 상태로 내 조종술이 이 기체를 감당할 수 있을때까지 천정에 매달아 놓기로 했다. 그러기를 어언 3년. 그간 세스나60과 글린트25등 여러 기체를 띄우며 이젠 비행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상태가 되었기에 과감히 천정에서 떼어내려 먼지를 턴다. 역시 멋진 기체다!
화려한 별똥별 모양의 데칼,휠팬츠 및 카울, 방풍창, 좀 얇은듯 한 랜딩기어. 별똥별 데칼의 가장 복잡한 머리부분만 들어 있기때문에 나머지 부분은 나중에 흰색과 진청색 모노코트로 선을 맞추어 직접 붙여야 한다.
두장의 전지크기 도면에 빽빽하게 제작정보들이 들어 있다. 한면에는 커버링과 관련된 데칼 문양이 그려져 있다.
제작의 정석은 간단한 꼬리날개부터. 1:1 도면위에 투명한 비닐을 깔고 발사재를 잘라 도면대로 위치를 잡고 묽은 순간접착제를 흘려 넣으면 O.K. 승강타는 ㄷ 자 황동봉으로 연결하고 방향타와 함께 단면 모양대로 샌딩한 후 힌지 홈을 파고 키트에 들어 있는 CA힌지(얇으면서도 빳빳하고 튼튼하고 꺼실꺼실해 접착도 잘됨)를 잘라 가조립한다. 힌지선은 단면의 정중앙에 그려야 한다.
자, 이제 정말 어려운 주날개 제작이다. 리브마다 지그 고정용 구멍이 나 있지만 평소 습관대로 그냥 도면위에서 제작했다. 리브 끝이 나란한지 수시로 옆에서 확인해 보며 접착해 나간다. 양쪽이 각각 완성되면 좌우 날개 붙이기 차례가 되는데 정말 중요한 순간이다. 30분 에폭시를 사용해 시간 여유를 가지고 앞, 뒤에서 보아 날개가 꼬이지 않도록 정밀하게 작업해야 한다. 그 후 가운데부분을 플랭킹하고 앞전을 둥글게 샌딩, 전체 샌딩을 가볍게 해주면 완성. 에일러론 작업은 그다지 어렵지 않고 다만 힌지선을 정중앙에 내는것만 신경쓰면 된다. 조립후 가운데를 잡고 좌우 무게를 재어 무거운쪽은(사진에선 오른쪽) 필요없는 부분을 파내고 가벼운 쪽에는 익단쪽에 추(추가리브나 각재등)를 달아 균형을 맞춘다.
동체는 주날개 제작보다는 덜 섬세한 작업이지만 꽤나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중심선 정렬이라 해서 가운데 격판(bulkhead)을 두고 좌우로 동체 측판을 붙일때는 기수에서부터 꼬리까지 좌, 우로 휘지 않고 1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 디캐쓸런은 조종석쪽이 퉁퉁해 꼬리부분 측판을 서로 맞붙일때 좀 힘이든다. 물로 측판을 조금씩 적셔가며 꼬리측판이 맞닿을 정도로 당겨지면 에폭시를 바르고 집게로 집어둔다. 날개 나사가 들어갈 판이라던가 랜딩기어가 장착될 부분, 날개고정봉이 들어갈 부분, 엔진마운트가 장착될 방화벽 등엔 필히 에폭시를 써야 한다. 그리고 동체 앞쪽 상부 뚜껑을 붙이기 전에 연료탱크실에 알콜 희석 에폭시를 여러겹 칠해 방유처리를 해 줄 필요가 있다. 조립이 다 끝나면 동체 앞쪽을 도면과 같이 라운딩 샌딩을 해 주고 전반적으로 가벼운 샌딩을 하면 된다.
이제 어려운 작업은 다 끝난 셈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집중을. 날개를 동체에 붙이는 일은 약간 머리를 써야 한다. 앞쪽 봉부터 먼저 시작한다. 날개를 동체에 얹고 기체 중심선과 정확히 직각이 되도록 위치를 잡는데 쫄대끝에 30cm자를 붙인 도구를 만들어 각 날개끝에서 꼬리까지의 거리가 양쪽이 똑같도록 잡으면 된다. 이제 드릴로 앞쪽격벽을 관통해 날개까지 뚫고 봉 크기에 맞춰 너무 헐겁지 않을 정도로 구멍을 키운 후 봉을 날개에 에폭시로 접착한다. 굳으면 다시 날개를 정위치에 잡은 다음 도면에 표시된대로 날개 중앙 뒷쪽을 관통해 동체 날개베드를 관통하는 두개의 구멍을 뚫고 날개고정나사가 들어갈 길을 만든다. 이때 뻑뻑한 구멍을 처음부터 날개고정용 플라스틱 볼트로 넓히다보면 플라스틱 볼트의 나사산이 쉽게 문드러지므로 같은 규격의 금속 볼트를 구해 맘놓고 넓힌 다음 순간접착제를 한방울 흘린 후 다시 한번 나사를 끼웠다 빼면 완성. 플라스틱 볼트와 같은 규격의 금속볼트를 찾는 쉬운 방법은? 눈짐작으로? 그래서야 진정한 모델러라고 할 수 없겠다. 모델러들은 나사 하나라도 그냥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습벽이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있을, 나사류가 잔뜩 들어있는 병을 좌르륵 쏟아놓고 플라스틱 볼트에 맞는 너트를 하나 구하고 다시 그 너트에 맞는 금속 볼트를 찾으면 되겠다. 길게 썼지만 간단한 일이다. 남들은 이 시점에서 꼬리날개도 다 붙여 생지완성을 하고 필름을 입힌다고 하는데 나는 꼬리날개과 동체를 별도로 커버링한 후 붙이는 방법을 더 선호한다. 커다란 가정용 다리미로 동체에 붙은 꼬리날개의 각진 구석구석을 문질러 주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가 누런 발사나무만 붙여댄 흑백작업이었다면 이제부턴 화려한 컬러의 세계이다. 주인이 원하는대로 화려한 옷을 입어가는 미인을 바라보는 희열이 지금까지 발사나무 먼지속에서 고생한 시간을 깨끗이 잊게 해준다. 원래 박스의 디케쓸런은 맨 위 그림처럼 유명한 곡예기를 본따 전체가 붉은색 일색이지만 너무 단순하고 상하 구분이 안될 것 같아 디캐쓸런의 또다른 전형적인 무늬로 커버링하기로 했다. 또 한가지 이유는 키트의 데칼이 날개 상부것만 있어 하부것을 직접 오려 붙이자니 끔찍했고 그냥 빨강 일색으로 두자니 너무 밋밋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면은 붉은색에 별똥별무늬 그대로 하고 동체 하부 절반은 백색으로, 경계는 검색 띠를 두루고, 날개 하면은 흰색과 적색을 번갈아 배열하기로 했다. 완성된 후 이게 아니야 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먼저 스케치를 해 보았다. 이대로만 되면 그런대로 괜찮겠군.
그래서 이런 모습이 되었다. 날개의 별똥별이 현란스럽다. 커버링 순서도 역시 간단한 꼬리날개부터 감을 익히면서 시작한다. 먼저 윗면은 빨강, 아랫면은 흰색 모노코트를 전체에 입히고 별똥별 데칼을 윗면에 붙인 다음 대공사를 시작한다. 즉 흰색 모노코트를 데칼끝에서부터 직선확장선을 그려 자른다음 다리미로 붙이고 청색 경계띠를 가늘게 잘라 붙이는 식으로 한다. 승강타도 가조립 상태에서 확장선을 연장한 다음 같은 방법으로 흰색을 붙인다. 수직꼬리날개도 같은 식으로. 그다음은 주익. 방법은 같고 다만 양이 커져 흰색 모노코트가 듬뿍듬뿍 들어간다. 빨강 위에 흰색 겹치는 부분이 넓이지면서 어쩔수 없이 양층 사이에 기포가 생기는데 작은것은 그냥 넘어가고 큰 것은 바늘로 주의깊게 한층만 구멍을 뚫어 다리미로 다시 다리며 기포 빼기 작업을 해야 한다. 엄청난 고역이다. 그래도 다 되고 나니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이제 날개 아랫면. 역시 적색으로 전체 커버링을 하고 날개 전체길이를 적,백 들어갈 칸수로 나눠 일정수치를 얻어 흰색 띠를 잘라 붙인다. 동체는 비교적 수월하다. 아래쪽 절반을 먼저 바닥, 그다음 양 옆 순으로 흰색으로 커버링 한 후 위쪽 절반을 적색으로 좌,우 나누어 커버링 한다. 그 후 유리창 모양을 따라 모노코트를 오려낸다.
방풍창 안쪽에 검정 스프레이를 뿌려 대시보드 모양을 내고 컴퓨터 글자체를 덧대고 흰색 모노코트를 잘라 등록번호도 붙였다. 아직 기수부분은 페인팅을 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엔진 및 머플러 설치 이후 최종 카울모양이 정해지면 도색할 예정이다. 동체 적,백 경계선에 검은색 띠도 둘러야 하고 랜딩기어 및 휠팬츠 장착, 기자재 설치 등의 작업이 남아있다. 유리창은 기재 설치시의 수납 편의를 위해 맨 마지막에 달게 될 것이다.
2002.6월
제작 시작한지 3년이 넘도록 완성을 못시키고 지지부진하니 우리 회장님 말씀대로 나는 골수 삽손임이 분명하다. 슬롭비행에 빠져 먼지속에 마냥 방치해 두었던 불쌍한 기체가 그래도 올핸 완성이 되려나보다.
퇴근하고 저녁시간에 짬짬이 만들기 위하여 집으로 옮겼다. 먼지 털고 도면 붙이고 흐뭇한 마음에 우선 한컷.
기체가 예상 외로 무거워 60엔진으로 할까, 설계도대로 45엔진으로 할까 무지 갈등 때리다가 결국 제조사의 권고사항을 따르기로 했다. 엉성하나마 테스트용 엔진베드를 만들어 슈퍼 타이거 45 ABC엔진에 10*7 APC프롭 달고 길들이기 중. 설명서대로 lean한 길들이기 하다가 엔진 태워먹을뻔 했다. 니들을 많이 조이고 첫통 고속 운전한 다음 두통째, 니들을 더 조이고 고속운전하다 엔진이 펄펄 끓는 바람에 시껍했다.
미리 부착해 두었던 엔진마운트에 드디어 길들이기가 끝난 엔진을 달았다. 연료탱크도 이시점에서 장착. 진동으로 인한 거품 발생에 대비 탱크 베드에 방진재를 깔고 탱크를 밀어넣고 양 옆, 위도 방진재 충진, 연료 호스류는 방화벽을 통해 길게 빼 놓는다.
여기서 주의! 내친김에 피츠형 머플러까지 달아버리고 싶겠지만 그러면 엔콘로드 부착할 길이 없다. 따라서 먼저 써보실과 엔콘로드를 연결해 두고 머플러를 달아야 한다. 엔진 마운트 베드에 걸리지 않게 엔콘 로드를 이리 저리 굽혀야 하는게 만만치가 않다. 결국 자꾸 굽혔다 폈다 하다가 피아노선 하나 부러뜨리고 두번째 간신히 연결성공.
이제 피츠형 머플러를 달 차례. O.S.제 피츠머플러는 말끔하고 엔진에도 딱 맞게 나오더구만 이건 야매라 마무리도 거칠고 고정방법도 좀 황당했다. 링으로 엔진몸통을 빙 두르고 나사로 조이는 방법인데 슈퍼타이거 엔진 배기구와 머플러 너비가 안맞아 줄로 갈아내는것 부터 시작해서 원래 키트에 들어 있던 링 나사가 터져버려 자동차 부품점에 가서 같은 규격의 링을 다시 사서 조이는것 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리고도 완전히 밀착이 안돼 결국 식초냄새 나는 자동차 엔진용 실리콘 밀봉재를 둠뿍듬뿍 발라주고 새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밖에....(그 후 처녀비행을 마친 지금까지는 잘 견뎌내주고 있음)
하루 종일 강철사 구부리고 나사 조이고 하다보니 손가락의 지문이 다 사라져 버렸다(T_T)
카울에 엔진 헤드용, 나들 밸브용, 냉각용 구멍을 뚫은 후 시험장착해 보았다. 카울 구멍뚫기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처음엔 엔진 헤드, 니들밸브 등 카울 밖으로 나오는 부분에 대략의 구멍을 낸 다음 수없이 맞춰 보며 점차 구멍을 넓혀 나간다. 이번경우 엔진이 조금 앞쪽으로 치우쳐 부착되는 바람에 카뷰레터 몸체를 수용하기 위해 카울 앞쪽을 좀 더 잘라내야 했다. 그래도 전체적인 결과는 나쁘지 않은 편.
구멍이 다 다듬어지면 주저없이 다시 떼어내 동체선에 맞춰 아래 백색부분을 마스킹테이프와 신문지로 가리고 빨강스프레이로 촤악~, 하루정도 두어 초벌이 완전히 마른 후 재벌 스프레잉을 하면 말끔한 카울이 탄생. 검은색 모노코트를 오려 검정끈도 둘러준다.
피츠머플러 쌍배기관에 배기 파이프를 타이끈으로 묶고 카울에 구멍을 낸 후 빼 낸다. 너무 길어 보기 흉하므로 적당한 길이로 자른다. 그 옆에 연료파이프는 원래 머플러와 연료탱크를 연결하는 백프레셔용인데 머플러에 백프레셔용 니플이 없어 그냥 밖으로 빼 놓았다. 탱크내에 대기압만 유지시켜주고 연료주입시 주루룩 흘러나오면 만땅이란걸 확인하는 용도로만 쓰이게 된다. (완성 후 첫날 시동걸때 영 슬로우가 불안정해 결국 백프레셔 문제인가 했는데 다행히 아이들밸브를 재세팅하자 백프레셔 없이도 깨끗한 슬로회전이 가능해졌다.).
이제부터는 가벼운 마음으로 갈길만 남은듯..
휠과 휠팬츠를 장착한다. 휠은 6각렌치 볼트에 너트 3개를 사용하여 메인기어에 고정된다.
휠팬츠는 미리 플라스틱접착제로 조립, 바퀴 수납부를 잘라내 주어야 하며 메인기어쪽 휠팬츠 안쪽에 합판조각을 붙여 나중에 휠팬츠 고정용 나사를 박을 수 있게 미리 준비해 둔다.
바퀴를 조립하기 전 메인랜딩기어에 휠팬츠 고정용 나사구멍을 미리 뚫어둔다.(중요)
이제 볼트를 휠팬츠 바깥쪽-바퀴-와셔-너트 2개-휠팬츠 안쪽-메인 랜딩기어-너트 순으로 조립해 휠팬츠 위치를 제대로 잡은 후 3개의 너트를 서로 반대방향으로 꽉 조여 마무리 한다.
그리고 휠팬츠 고정용 나사를 메인랜딩기어에 뚫어논 구멍을 통해 휠팬츠에 박아주고 순간접착제 한방울 흘려주면 완성.
경비행기에서 작은것이 큰 스케일 효과를 내는 부분이 바로 윙 스트럿.
J-3와 마찬가지로 디캐쓸런에도 한쪽에 두개씩의 윙 스트럿이 붙는다. 달랑 4각 각재만 들어 있어 그놈들 4개 유선형으로 다듬는데 며칠 저녁이 소비되었다. 그리고 백색 페인트 2회 스프레이, 그다음 투명 도프 스프레이 1회로 광택을.
이제 날개와 동체에 조립할 순서. 앞쪽 큰 스트럿을 동체에 미리 뽈록 나오게 심어 둔 플라스틱 홀더에 나사로 고정시키는데 발사재에 곧바로 나사를 박으면 얼마 못갈것 같아 미리 유리섬유와 에폭시로 스트럿 끝을 보강해 주어야 겠는데....집에 마침 유리섬유가 없었다. 그래서...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눈에 딱 들어온 물건, 커튼천. 몰래 안쪽을 쫌 잘라내어 유리섬유 대용으로 쓰고야 말았다.(죄송해요 주인 아줌마-_-;)
동체 고정이 끝나면 이번엔 날개쪽. 주의깊게 길이를 대 보고 자른 후 플라스틱 홀더를 스트럿에 에폭시로 고정. 굳은 후 날개면에 심어둔 판에 나사로 박아준다.
이번엔 작은 스트럿 차례. 이번엔 역으로 날개에 먼저 달고 길이를 맞춰 동체쪽 큰 스트럿 뿌리쪽과 맞닿도록 면을 다듬으며 잘라 순간접착제로 붙여주면 O.K.
혹시 떨어져 나갈까봐 실로 주섬주섬 감싸 주고 묽은 CA 발라주고 나중에 흰색 모노코트로 커버링한다.
음~ 이제 다 되었지?
엔콘로드 연결하느라 땀 뻘뻘 흘렸던 것에 비해 뒷날개 링키지는 누워서 떡먹기.
맨앞 밧데리, 그다음 수신기를 스폰지로 잘 감싸서 넣고 발사각재로 꽉 눌러 CA 한방울.
완벽하군요.
이쪽도 완벽합니다^^.
위에서 봐도 흠잡을데가 없습니다. 흐흐흐
2002.6.12 러시아 독립기념일 휴일을 D-day로 잡았습니다만 막상 비행장에 도착해 시동을 걸어보니 저속 회전이 영 부실해 아이들 세팅만 하다가 부스터밧데리가 다 되는 바람에 처녀비행을 다음으로 마뤄야만 했습니다.
그깐 부스터 밧데리 방전에 대책없이 철수한데 절치부심하여 슈퍼노바 충전기 잭 하나로 조종기, 수신기, 부스터 밧데리 충전용 멀티잭을 만들어 언제 어디서든 밧데리 방전으로 비행을 못하는 초보같은 과오는 되풀이 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주말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2002.6.16. 하늘은 흐리고 간간 비바람이 부는 가운데 비장한 출격을 했습니다.
지난번 말썽부리던 저속 회전은 거의 세팅이 맞춰 졌는지 드로틀 스틱에 따라 유연한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우선 지상 활주를 해 보았습니다. 러더와 연동된 후륜 방향전환은 만족스러웠지만 바람이 셀때면 큰면적의 러더가 웨더콕 현상을 야기해 내쪽으로 끌고 오기 힘들었습니다.
이제 이륙.
첫회 이륙은 긴장되어 가능한 짧은 활주로 올라가기 위해 꼬리를 잡았다 놓아주는 항모이륙법을 썼습니다.
별다른 좌우이탈없이 기체는 20여미터의 활주후에 깨끗하게 이륙했습니다.
Rotate시 저절로 떠오른다기 보다는 승강타 업을 기다리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즉 승강타 업을 치기 전에는 계속 활주만 할 듯한 느낌.
이륙 후 고도를 얻을때까지 직선 비행을 했고 100미터 정도 상승후 right turn 해서 수평비행에 들어가며 드로틀을 반으로 줄였습니다. 완성무게 3100g의 무직한 기체가 half드로틀로 부드러운 수평비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키 트림은 거의 손댈 필요 없을 만큼 중립이 잘 맞았습니다.
이쯤에서...
(이제 안전벨트를 푸셔도 됩니다, 승무원은 기내 서비스 시작하도록... 방송때리고)안전하게 처녀이륙에 성공했구나 하는 뿌듯한기운이 전신에 쫘악.
고익기 답게 수평비행은 무난했지만 패턴기 같이 깨끗한 선은 나오질 않고 진행선이 좀 거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 상공으로 올려 고도 여유를 취한 후 롤과 루프, 스플릿S, 임멜만 턴을 실행해 봤는데 엔진힘이 좋고 타각을 크게 한 때문인지 부족함 없이 원하는 모습이 그려 졌습니다.
날개가 길어서 그런지 루프 회복시나 스플릿S 하강시, 그리고 급뱅크 선회시 만세나 부르지 않을가 조마조마해지더군요. 날개 하나만 떼서 볼땐 아주 통통하고 든든해 보이더만 기체에 얹어 하늘에 올리니 어찌나~ 연약해 보이던지.
아직 완전히 길이 덜든 엔진임에도 중속 LOW PASS 도 몇번 해 보았습니다. 드로틀 1/2에 지상 5m 고도를 유지하며 활주로를 따라 쭉 끌어와 지나치기. 동체 유리창, 데칼, 날개 스트럿 등등 이 압권입니다. 조종석이 텅 빈게 허전해 보이더군요. 선글래스 낀 멋진 파일럿 하나를 채용해야겠습니다.
이제 10분의 시간이 지나 착륙할 타임.
이미 여러번 로우패스로 적정 파이널 턴 거리를 잡았으므로 착륙 진입은 어려운 점이 없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늘상 겁주시던 결전의 순간입니다.
완전 로우드로틀에 트림은 중간상태에서 돌돌거리며 끌고 오는데 엔진도 기특하게 잘 유지되고 있고 바람에 의한 날개 흔들림도 충분히 엘러론으로 콘트롤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착지때까지 엘러론키는 잘 들었고 착지 후 알미늄 랜딩기어의 탄성 때문인지 2~3차례 바운드를 했지만 착륙에 애로사항은 없더군요.
하긴 2회 비행 후 착륙시엔 바운드 폭이 너무 커서 저러다간 비행기 하나 잡겠다 싶어 엔진 다시 올리고 복행 하긴 했군요. 바로 그럴때 엔진 스톱 되면 팁스톨 나는거겠지요.
역시 슬로우 안정의 중요성이 항상 따라주어야 할듯.
제 이전 세스나를 포함해 지금까지 날린 대개의 비행기들은 전륜기라 한두번의 강착륙 후 전륜 조종장치가 망가져 버리곤 해서 전륜을 아예 비조종식으로 고정시켜버리곤 했는데 이놈은 후륜식이라 방향조종부분에 무리가 안가므로 착륙후 지상에서 살살 몰아 내 앞으로 끌고 오는 재미도 있을것 같습니다. 처녀비행날은 바람이 너무 세서 제대로 말을 안들었고 좀 무리하게 방향 틀다가 머리, 한팔로 물구나무를 섰습니다만....
겁낼 필요 없습니다. 여러분~. 날리십시요. (다만 그 이전에 전동재기등으로 슬로우비행법과 착륙진입법을 수없이 되풀이 해서 드로틀, 엘러론을 자기몸처럼 쓰도록 무한연습하셔야 됩니다.)